2007430-10589_poem20070430 고재종,「담양 한재초등학교의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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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한재초등학교의 느티나무

                                                   

 

고 재 종(낭송: 도종환)

 

 

 

어른 다섯의 아름이 넘는 교정의 느티나무,
그 그늘 면적은 전교생을 다 들이고도 남는데
그 어처구니를 두려워하는 아이는 별로 없다.
선생들이 그토록 말려도 둥치를 기어올라
가지 사이의 까치집을 더듬는 아이,
매미 잡으러 올라갔다가 수업도 그만 작파하고
거기 매미처럼 붙어 늘어지게 자는 아이,
또 개미 줄을 따라 내려오는 다람쥐와
까만 눈망울을 서로 맞추는 아이도 있다.
하기야 어느 날은 그 초록의 광휘에 젖어서
한 처녀 선생은 반 아이들을 다 끌고 나오니
그 어처구니인들 왜 싱싱하지 않으랴.
아이들의 온갖 주먹다짐, 돌팔매질과 칼끝질에
한 군데도 성한 데 없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가지 끝에 푸른 울음의 별을 매달곤 해도
반짝이어라, 봄이면 그 상처들에서
고물고물 새잎들을 마구 내밀어
고물거리는 아이들을 마냥 간질여댄다.
그러다 또 몇몇 조숙한 여자 아이들이
맑은 갈색 물든 잎새들에 연서를 적다가
총각 선생 곧 떠난다는 소문에 술렁이면
우수수, 그 봉싯한 가슴을 애써 쓸기도 하는데,
그 어처구니나 그 밑의 아이들이나
운동장에 치솟는 신발짝, 함성의 높이만큼은
제 꿈과 사랑의 우듬지를 키운다는 걸
늘 야단만 치는 교장 선생님도 알 만큼은 안다.
아무렴, 가끔은 함박눈 타고 놀러온 하느님과
상급생들 자꾸 도회로 떠나는 뒷모습 보며
그 느티나무 스승 두런두런, 거기 우뚝한 것을.

 

 

-『쪽빛문장』, 문학사상사, 2004(2005년 1분기 우수문학도서)

 

느티나무가 있어야 사람 사는 동네 같고, 느티나무가 있어야 학교 같습니다. 아이들이 기어오르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고, 선생님도 아이들을 다 끌고 나와 놀고 싶게 만드는 나무, 돌팔매질과 칼질에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봄이면 새잎을 내어 아이들을 간질여대는 나무, 아이들의 함성만큼 제 꿈과 사랑의 우듬지를 키우는 나무, 그런 우뚝한 느티나무야말로 우리들의 스승입니다. 느티나무 잎 반짝이는 오월, 아이들도 선생님도 모두 나뭇잎처럼 싱싱하길 바랍니다.

문학집배원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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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년 9 개월 전

그동안 메일 잘 받아봤습니다.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앞으로도 여기에 오면 계속 들을 수 있는 것이군요. 고맙습니다.

9 년 9 개월 전

아, 이주일에 한 번은 또 오시는군요… 문장이 다양해지며 알차졌어요. 이 시는 내게 공부하러 오는 아이와 같이 들었어요. 아이도 따뜻한 느낌이랍니다. ^^+

9 년 8 개월 전

메일 잘 받아 보고 있습니다. 아아, 눈으로 귀로 가슴으로 따뜻함이 쓸려오네요.

9 년 6 개월 전

환기, 어린시절로 돌아가봤습니다. 시가 무거운 세월을 끌고 유년의 문턱에 드니 참 가볍게도 시간은 돌아갑니다. 지난 추억을 더듬는 것은 장맛비에 축축해진 것들이 뽀송뽀송 해지는 느낌입니다. ^^*

Anonymous
8 년 8 개월 전

우연히 새벽 라디오에서 문학나눔의 시 배달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무장력이 따뜻한 바람인것 같아서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8 년 7 개월 전

오랜 세월이 흘러흘러 아름드리 나무만으로도 숲을 이루는 것처럼. 나무를 휩싸고 도는 품격 만으로도 절로 숙연해집니다. 살아가다 때로 흔들릴지라도 아프다고 앙앙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당당하게 뿌리내리는 나무를 닮고 싶습니다.

8 년 4 개월 전

선샌님 목소리에 눈물이 날것만 같습니다 반갑고 가슴이 아려옵니다 건강 또 건강하세요

7 년 9 개월 전

오늘4월의날씨처럼 고물고물 간질간질한 시네요~ 고재종시인님 너무좋아요..^ ^

7 년 7 개월 전

간만에 좋은 느낌이 드는 것 같네요.

7 년 7 개월 전

플래쉬로 보니~내용이 더 쉽게 들어오고~너무 좋네요~^^

7 년 6 개월 전

젊은 느티나무라는 소설을 아주좋아했던 기억이 나네요

7 년 4 개월 전

아주 오랜만에 잔잔히 들려주시는 초등때의 풍경이 참 듣기좋았습니다.수수한 무명한복의 울 엄마가 그 느티나무아래에서 날 기다리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홍♥
7 년 3 개월 전

긴내용을플래쉬로보니까짧게느껴지고시가쉽다는느낌이들어요ㅎ

내가누구게~?
7 년 3 개월 전

어휴 재미없다

6 년 11 개월 전

어린이들의 꿈과 사랑, 절망,우정등을 함께 키우는 느티나무 추억으로 남는 우리의 친구이자 스승. 가고싶어요.함께 바라보고 싶어요.

6 년 9 개월 전

2008년 가을, 아버지 고향 담양, 창평면 해곡리 얼그실에 다녀 왔습니다.1966년에 어린나이로 가보고 처음이였습니다, 그러니 42년 만이었지요.slow city 가 되었으니, 이젠 사람들이 그 느티나무로 다시 돌아오겠지요.

Anonymous
6 년 9 개월 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도종환의 시배달 "꽃잎의 말로 편지를 쓴다"꼭 한번 읽고 싶습니다.(!기대는 안하지만 혹시 보내주실 분은, jmg_seelove1@naver.com으로 귀띔주세요(548-944) 전남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 1036-2)

6 년 7 개월 전

아… 제가 가장 존경하는 시인이네요 ^ ^ 도종환님과 같은 사람이 대한민국에 잇어서 행복합니다.

6 년 7 개월 전

아이들의 웃음 소리, 그 건강한 웃음소리가 느티나무 한 그루에 가득합니다.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풍경, 이 풍경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데, 아이들이 나의 이런 감상을 느껴보았으면 하는데, 세상은 참 메말라만 가는 듯 하네요.

6 년 6 개월 전

초등학교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글이네요 마음이 편안하면서 푸근합니다.요즘 바쁘게 살아가는 저나 우리 주변의 모든 분들이 한 번씩 읽어 보면 좋겠네요한가롭고 평화로운 세상이 오면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천추
6 년 6 개월 전

뭐라 말 할 수는 없는 이상한 감정이 드네요. 그래도 오랜만에 예쁜 시를 봐서 기분은 좋습니다.한창 자라고 있을 꼬마들에게 나무의 넓은 품을 보여 주고 싶어지는 시네요.꼭 느티나무가 아니더라도 커다란 나무를 양 팔로 가득 안아보면 옷은 조금 더러워 질 지라도 기분은 되게 좋거든요.요즘, 바쁘게 학원을 돌고 있는 동네 꼬마들에게도 그 느낌을 안겨 주고 싶습니다.

6 년 6 개월 전

이 글을 읽고 후딱 달려가보았습니다. 그 날의 느티나무는 간 곳 없고 그리하여 우리가 말뚝박기 하던 자리, 높다래진 담벼락, 휑한 운동장 하며..그러나 여전하던걸요. 내 기억 속 그날의 웃음소리는.

6 년 5 개월 전

시골에서 자란지란 정말 가슴에 와닿는 시네요. 흘러버린 세월속에 그렇게나 아름다움이 듬뿍 담겨있음을 이나이돼서야 깨닫는 저입니다

6 년 2 개월 전

그 느티나무 아래에서 겨울 찬 바람에 서있고 싶습니다

6 년 1 개월 전

이 시를 이제야 읽습니다.어린시절 우리 학교 울타리엔 아카시아 나무가 많았죠. 그 곁에 있는 그네를 타며 아카시아 잎줄기로 파마를 하던 아이들..저 혼자인가요?ㅋㅋ

5 년 10 개월 전

고재종 시인님이 제 선배되시겠군요. 전 비록 담양 옆 장성에서 초등학교를 나왔지만 중학교는 담양 한재중학교를 나왔습니다. 담양은 제 고향과 같은 곳이지요. 위 낭송시 담양한재초등학교에도 종종 놀러가서 느티나무 그늘아래서 놀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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