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찬「손끝으로 달을 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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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달을 만지다

송종찬

아내의 둥근 가슴을 만지다 보면 낮은 천장에도 어둠을 밝히는 달이 떠올랐다 초승달 보름달 사이로 자전을 하고 파도가 밀물져 들 때 작은 돛을 띄워 달에게로 건너가곤 하였다

 

구름에 가려져 있다가 밤이면 파란 실핏줄을 드러내는 달 그 달에서 지구라는 별을 바라보면 버찌가 익어가는 엄마 품을 빠져나온 불빛들이 강을 따라 소곤소곤 흘러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내의 젖가슴 사이로 마그마 소리 들리기도 하였다 그런 밤에는 우거진 삼나무 숲에 피어 있을 붉은 열매들이 생각났고 짐승의 피처럼 뜨거워져 짙은 안개 속을 헤집고 다녔다

 

아내의 둥근 가슴을 만지다 보면 손가락도 어느새 둥그러졌다 창문에 얼비치는 쪽달의 야윈 볼을 어루만지고 바닷가 할머니의 거친 무덤을 쓰다듬고 파도 끝에서는 월식이 시작되었다

 

● 출처 :『손끝으로 달을 만지다』, 작가, 2007년

 

 

● 詩, 낭송: 송종찬- 1966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1993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그리운 막차』『손끝으로 달을 만지다』등이 있음.

 

손끝으로 만지는 아내의 둥근 가슴을 시인은 달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여성적인 에너지의 상징으로 달을 인식한다는 뜻입니다. 아내의 가슴, 즉 달을 만지다 보면 손가락이 둥글어진다고 하지 않습니까? 초승달이 보름달로 스스로를 완성하듯이 모성을 통해 우리는 완전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지요. 그 무엇이든 어루만지고 쓰다듬는 행위는 사랑의 표현입니다. 사랑은 야윈 것들과 거친 것들을 풍요롭고 부드럽게 하며, 심지어 죽은 것들까지 살려냅니다. 이 우주의 큰 공사가 젖가슴을 만지는 데서 시작한다고, 시인은 은근슬쩍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2008. 4. 7. 문학집배원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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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년 7 개월 전

발정난 숫컷의 포효가 어떻게 달빛아래서 용해되는가를 이야기해준 시우리시에 발정난 시인들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가 부여하는 카타르시스적의미와 역할이 확대될수 있었으면…

9 년 4 개월 전

저 달에서 오래 오래 둥글게 살고 싶다. 초승달이 보름달이 되고 보름달이 초승달로 둥글어지는 저 우주에서 뒹굴고 싶다

9 년 4 개월 전

모정은 야윈 것들과 거친 것들을 풍요롭고 부드럽게 한다. 어머니의 사랑을 광활한 우주와 비교해 봅니다.

9 년 4 개월 전

비유한 표현이 예술이네요…멋진 시네요..

9 년 4 개월 전

태초의 마음의 고향을 잊어버리는 요즘세대가 불쌍하다고 느껴지는 시입니다.

9 년 4 개월 전

아내의 사랑이 담겨 있는 시입니다.아내의 육체에서 많은 의미를 찾아내는 군요.포옹과 사랑으로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이 나타나 있습니다.이 시를 읽으니 좋은 아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9 년 4 개월 전

어쩌면 눈물이 주르르 흐를 것 같은 우주적인 산책이었습니다. 쪽달의 야윈볼과 바닷가 할머니의 거친무덤……, 어느덧, 영겁의 세월을 지나, 부끄러워 감춘 뒤안에, 나만이 아는 슬픈 비밀이 되었네요.

9 년 4 개월 전

한편의 예술 작품을 접하니 고개가 절로 떨구어 지네요.

9 년 3 개월 전

할머니가, 어머니가 떠오르네요. 연약함속의 강인함과 위대함이 느껴지시던..어머니.. 어머니라 불리던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

박소담
9 년 3 개월 전

아내의 젖가슴은 바로 어머니 젖가슴도 됩니다. 어머니의 가슴에서 위대한 사랑도 역사도 태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가슴에 촉촉이 젖어드는 시었습니다.

9 년 3 개월 전

여자라서 행복한 이유인가요???웃어봅니다.

9 년 3 개월 전

어린시절의 우유를 먹던 나를 기억할순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머니를 사랑하고, 그 알수 없는 느낌으로 살아가곤 하죠. 그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만지지 않아도 그 어린시절 어머니의 가슴을 만질수 있죠. 그 느낌이라 것은 어떤 하나로 정의할수 없는 벅참을 가져오곤하죠. 우리는 그래서 더 잘 자라날수도 있는것이겠죠.

9 년 3 개월 전

이 세상을 쥐고 흔드는 게 남자라 생각하지만 그런 남자를 만드는 건 바로 어머니, 여자라 생각합니다. 아기에게 젖을 물린 어머니, 엄마의 한쪽 젖가슴에 손을 얹고 젖을 빠는 아가를 생각하면 여자들은 이세상 무엇보다 행복감을 느낌니다. 남편 역시 나이가 들었어도 모성에대한 그리움을 아내에게서 찾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지요.

9 년 3 개월 전

우리 남편도 내 젖가슴 사이에서 마그마소리를 들을까요?????

8 년 5 개월 전

x탈진되도록 지친 육신이 부두러운 위로 덩어리 젖을 물고 곤히 잠드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사랑하는 여인의 젓은 사내에게 그런 겁니다. 지친 배신과 갈등을 풀고 그저 늘 내게 열어주는 인정의 젓꼭지, 늘 위안과 안식이 되는 뜰에 사는 달큼한 샘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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