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주「눈 내리는 내재율」
목록




눈 내리는 내재율

?

저물 무렵 내리는 눈은 방마다 조용히 불고 있는 마을의 불빛들을 닮아가는군요
눈들은 한 송이 한 송이 저마다 다른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그 고요한 시간마다 눈을 맞추고 있는 것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눈을 가장 그리워하는 것 같습니다

?

??????????????????????????????????????????????? ????????????????????????????????????????????????????????? 김경주

?

?


뚜껑이 열린 채 버려진
밥통 속으로 눈이 내린다
눈들의 운율이
바닥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어린 쥐들의 깨진 이빨 조각 같은 것이
늦은 밤 돌아와 으스스 떨며
바닥을 긁던,
숟가락이 지나간 자리 같은 것이
양은의 바닥에 낭자하다

?

제 안의 격렬한 온도를,
수천 번 더 뒤집을 수 있는
밥통의 연대기가 내게는 없다
어쩌면 송진처럼 울울울 밖으로
흘러나오던 밥물은

?

그래서 밥통의 오래된 내재율이 되었는지
품은 열이 말라가면,
음악은 스스로 물러간다는데
새들도 저녁이면 저처럼
자신이 닿을 수 없는 음역으로
열을 내려 보내는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

?

속으로 뜨겁게 뒤집었던 시간을 열어 보이며
몸의 열을 다 비우고 나서야
말라가는 생이 있다
봄날은 방에서 혼자 끓고 있는
밥물의 희미한 쪽이다


● 출처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랜덤하우스중앙 2006년

?

● 詩, 낭송: 김경주- 1976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2003년 대한매일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다 있음.

‘눈 내리는 내재율’이라는 전대미문의 통사구조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뜰 필요는 없습니다. 뚜껑이 열린 밥통 속으로 내려쌓이는 눈, 저녁에 내려앉는 새, 밥통 속에서 끓는 밥물. 이 세 가지 이미지의 병치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시입니다. 시인이 툭툭 던지는 이미지와 리듬에 그냥 몸을 맡겨볼 일입니다. 이 새로운 시인의 문법은 낯익은 것과 낯선 것 사이에서 긴장을 잃지 않고 한창 팽팽합니다. 그는 시적 생부와 계부 사이에서 갈등하는 동안 자신의 길을 만들어냈습니다. 아무도 ‘닿을 수 없는 음역’을 어떻게 찾아가는지 지켜봐주기 바랍니다.

 

2008. 4. 21. 문학집배원 안도현.

목록

첫번째 댓글을 올려주세요!


9 년 6 개월 전

'봄인데 웬 눈?' 처음 생각은 그랬습니다. 그러고는 이내 '시인에겐 봄에도 겨울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해'라고 마음을 바꾸었지요. 나만의 눈을 내재율로 쌓아가려면 일단은 이 시를 필사해야겠다, 필사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려야겠다, 필사적으로 내 속에 시를 가두어야겠다, 시가 저절로 팝콘처럼 열을 이기지 못하고 펑펑 터져나올 때까지 압력을 높여야겠다, 제 안의 격렬한 온도를 수천 번 더 뒤집어야겠다, 타지 않을 만큼 뜸을 들여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서현당
9 년 6 개월 전

눈은 쌀로 내려 지상의 배고픈 사람에게 흰 밥이 되어 주기도 하지만 봄의 한 귀퉁이에 녹다 남아서 시퍼렇게 우리를 쏘아보기도 하지요

9 년 6 개월 전

아, 김경주 시인이군요. 꽃미남 시인님 목소리 처음 듣네요..^^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를 절절히 읽고 있던 참입니다. 감사해요. 2008.04.28

9 년 6 개월 전

이 詩를 듣고 있으니 너무 뜨겁습니다. 삶이 낮은 곳까지 파고드는 시인의 마음이 너무 아름답습니다.온몸으로 이 생을 밀고 있을 시인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가슴에 팡팡 내려도 뜨거운 마음으로 품을 수 있는 시인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시를 많이 읽지 않는 시대에 행복한 일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삶의 연탄재 같은 뜨거운 시편들 많이 만들어 주시길…문장 스텝? 여러분 힘내세요.

9 년 4 개월 전

왠지 슬프다는 생각이 드네요. 눈과 밥통 왠지 이 두소재가 제 마음에 슬프게 와 닿네요. 작자가 무었을 이야기 하려는 지는 알지만 그래도 슬프다는 생각이 듭니다.

9 년 4 개월 전

몸의 열을 다 비우고 나서야 말라가는 생이라…눈이 내려 밥통에 쌓이는 것이 배고픈이들의 밥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오랫동안 속내를 뜨겁게 달구어 펼쳐내놓고 싶은 간절함도 묻어나네요. 여러 각도로 해석의 여지가 많은 좋은시입니다.

9 년 4 개월 전

밥솥에 대한 슬픔을 표현하는 시네요

9 년 4 개월 전

아름다운 시네요…마음 한구석이 짠~해지는걸 느끼게 되요.

9 년 4 개월 전

왠지.. 비오는 날에 듣어야 할것 같습니다. 눈내리는 겨울에 읽으면.. 눈물이 날것 같기에

9 년 4 개월 전

세월이 느껴집니다…왠지..슬퍼지려고합니다.

9 년 4 개월 전

배고픈 시절을 이렇게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우리나라의 인문학이 죽었다고 누가 말하는가. 인문학이 죽은것이 아니고. 독자들이 죽었다.

9 년 4 개월 전

우리네 부모님이 살아왔던 그 어렵던 시절을 가늠께 하는 시 네요.

9 년 4 개월 전

내재율이 운율이란 뜻이 맞지요.잘들었어요.가슴한 구석이 따뜻해 지는 시였어요.

9 년 4 개월 전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행복을 느끼는 소중한 눈,눈으로 좋은 것을 보고 배워 사랑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9 년 4 개월 전

정말 독특한 시…하지만 공감가는시…한번쯤 겪어봤지만 표현하지 못했던시..

9 년 4 개월 전

역시 시인의 눈은 다르다 멀리 천상의 것이 아니라 골목에 버려진 밥통도시인은 노래하게 하니…

Anonymous
9 년 4 개월 전

보고 갑니다…뭐라고 해야할지…저는 별로 와 닿지 않는 그저 먼 거리의 시네요

9 년 4 개월 전

김경주님의 목소리로 직접 들으니…더 좋군요+_+

Anonymous
9 년 4 개월 전

'말라가는생…' 명치끝이 울울울 합니다. 저토록 관찰하는 눈이 고울수가…내리는 눈처럼 말입니다.

9 년 4 개월 전

몸의 열을 다 비우고 나서야 말라가는 생이 있다…… 내 안의 환상을 다 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사랑하는 너 하나 만날 수 있었다. 끓어오르다 얼룩진 눈물의 화석. 너는 텅빈 밥통 속의 기다림이었다.

9 년 4 개월 전

저도 언젠가는 밥통처럼 격렬한 온도로 제 안의 것을 뒤집어가며 살 수 있을까요?왠지 밥통의 그 뜨거운 온기가 부러워집니다. 안도현님의 연탄처럼 김경주님의 밥통도 뜨겁게 살았네요. 저는 그 누구에게도 연탄같은.. 버려질지언정 밥통같은 사람이 되본적이 없다는 생각에 쓸쓸해지네요.

9 년 3 개월 전

퍼주고 또 퍼줘도 비지않는 밥통같은 어머니 사랑이 생각났어요.퍼줄수있는건 다퍼주고 이제는 속이 텅비어져 버려진 밥통…그렇게 어머니가 퍼준사랑을 이제껏 누려왔으면서 늙어버린 어머니한테 잘해드리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울컥하네요

9 년 3 개월 전

나는 언제 저렇게 열정적으로 살아갈수 있을까? 누구에게 닿아 소스라치게 놀라도록 뜨거운 인생, 사랑을 해 볼 수 있을까? 그래서 나중에 눈이 쌓여 싸늘하게 식어갈수 있을까 내가 이룬것 모두 내놓고, 죽음을 맞이 할수 있을까 모든걸 잃어도 좋을 그 나이가 되면 내가 과연 내 자신이 정말 뜨거웠는지 말할수 있을까 그런 삶이 될 수 있도록 오늘도 뛰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9 년 3 개월 전

생각해 봅니다. 속으로 뒤집혀 질 많큼 뜨겁게 살아본 적이 있는가에 대해서요.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어제같은 미적지근한 삶이 아니라 밥통처럼 뜨겁게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금방 다시 미적지근해 지겠지만요…

9 년 3 개월 전

조금은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내가 밥통이 되어질 수 있을까….

자운
9 년 3 개월 전

잔잔하고 참으로 아름다운 글입니다..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9 년 3 개월 전

오래도록 밥 짓는 냄새가 났으면 좋겠네요 그 냄새가 오래도록 방안을 가득채우면엄마 나 배고파 하고 재롱떨고 싶네요달콤하고 야릿한 젖냄새가 날 때면나도 그 아가의 빨간 볼과 함께엄마의 하얀 젖을 만지고 싶지요

9 년 3 개월 전

밥통이란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이미지를 연상해 낼 수 있는 김경주 시인의 능력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눈과 새, 밥통의 이미지가 어색하지않게 조화가 잘 이루어진것 같군요. 비어있는 마음 한 구석이 온기로 가득 찬 느낌이 들어요.

wpDiscu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