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군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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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무

           도종환

우포늪에서 무리지어 내려앉는 새떼를 본 적이 있다
분홍빛 발갈퀴를 앞으로 뻗으며 물 위에 내리는
그들의 경쾌한 착지를 물방울들이 박수를 튀기며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노을 물든 하늘 한쪽에 점묘를 찍으며 고니떼가
함께 날아오르자 늪 위를 지나가던 바람과
낮은 하늘도 따라 올라가 몇 개의
커다란 곡선을 그리며 기쁜 숨을 내쉬었다
먹고 사는 일이 멀리서 보는 것과 달라서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니지만
그들의 눈은 맹금류처럼 핏발 서 있지 않았다
솔개나 올빼미가 뜰 때는 주변의 공기도 팽팽하게
긴장을 하고 하늘도 일순 흐름을 멈추며
피 묻은 부리와 살 깊숙이 파고들어간
날카로운 발톱을 주시하는데
물가의 새들은 맹금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말만이 자연의 법칙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들은 어떻게 해야 살아남고 어떻게 함께 날개를 움직여야
대륙과 큰 바다 너머 새로운 물가를 찾아갈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매같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 조류들도 있지만 모든 새가 그들의 독무를
따라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서넛이 팔을 끼고 손에 지갑을 들고 사무실을 나서거나
일곱씩 열씩 모여 떠들며 한 끼의 식사를 위해 몰려가는
점심시간의 마포나 강 건너 여의도 또는 구로동 골목에서
물새들을 본다
간혹 물가 빈터에 세운 운동장에서
축구경기를 보며 함께 소리 지르고
몇 해에 한 번은 어두운 하늘에 촛불을 밝히고
몇 십만 마리씩 무리지어 나는 새떼들의 흐르는 춤을
볼 때도 있다 새들이 추는 춤은
군무가 제일 아름답다
독수리가 되어야만 살아남는 건 아니다
가창오리나 쇠기러기들도 아름답게 살아간다
그들도 자연의 적자가 되어 얼마든지 씩씩하게 살아간다


 
● 출처 :『유심』2009년 1-2월호

 

● 詩. 낭송 – 도종환 : 195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1984년 『분단시대』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함. 시집 『고두미 마을에서』『접시꽃 당신』『부드러운 직선』『해인으로 가는 길』 등이 있음. 신동엽창작상, 올해의 예술상, 거창 평화인권문학상 등을 수상함.

맹금류나 맹수류는 혼자 어슬렁거리지만, 작은 새나 짐승들은 무리를 짓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어요. 군무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도는 것은 그들의 날개가 너무 작아서, 너무 아름다워서였죠. 점점이 흩어졌다가도 어느 순간 일사불란하게 대열을 갖추어 날아가는 새들을 통해 우리는 자유와 연대가 따로 있지 않음을 배웁니다. 좀더 크게, 좀더 크게, 파이를 키우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논리를 믿는 사람들에게 시인은 말해주고 있어요.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한 슈마허의 통찰을 저 새떼에게서 발견하라고. 악어의 이빨 사이를 쪼아주는 악어새가 없이는 악어도 결국 살 수 없다고.

 

2009. 2. 23. 문학집배원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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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년 8 개월 전

도종환 시인의 목소리가 정말 멋있어요. 말 속에 가락이 있다는 것을 정말 실감한다. 시를 감상하며 전율을 느꼈어요. 함께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감탄합니다.

8 년 8 개월 전

오늘 썰리고 찍혀 입으로 들어온 고기 한 점을 조공키 위해 어제도 자연은 흠씬 터지고 파였습니다. 스스로 그러하다는 자연은 참으로 우원하여서 해류에 실려 대양의 파도를 건너거나 기류를 타고 대륙의 거친 산악을 넘어옵니다. 그리하여 내일은 광포한 바람으로, 무참한 한발로 탐욕한 입들의 세상을 집어삼키겠지요. 스스로 그러하지 못해 늘상 허기져 사는 입들의 업보라고 할까요.

8 년 7 개월 전

목소리 너무 좋네요~ 배경음악도 좋구요! 배경음악 제목 혹시 알 수 있을까요?

8 년 5 개월 전

배경음악은 김만호(아스만)님의 "고요한 아침의 크리스마스"입니다. "미디매니아" X-MAS 앨범으로 발표된 곡입니다. 내년에는 TV 미니시리즈물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된다고 하네요. 위의 음원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고 배경음악으로 사용했습니다. 답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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