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인「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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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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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이 늘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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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에는 달팽이가 하나씩 산다고 들었다
바깥 기척에 허기진 그가 저 쓸쓸한 길을 냈을 것이다
길 끝에 입을 대고
근근이 당도하는 소리 몇 낱으로 목을 축였을 것이다
달팽이가 아니라
도적굴로 붙들려간 옛적 누이거나??
평생 앞 못보던 외조부의 골방이라고도 하지만
부끄러운 저 구멍 너머에서는
누구건 달팽이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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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서 달팽이는
천년 쯤을 기약하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고 한다
귀가 죽고
귓속을 궁금해 할 그 누구조차 사라지고
길은 무너지고 모든 소리와 갈증이 그친 뒤에도
한없이 느린 배밀이로
오래 오래 간다는 것이다
망해버린 왕국의 표장(標章)처럼
네 개의 뿔을 고독하게 치켜들고
더듬더듬
먼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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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현대문학』2008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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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 낭송 : 김사인 – 1955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1982년 동인지 『시와 경제』의 창간동인으로 참여하며 시쓰기를 시작. 시집『밤에 쓰는 편지』『가만히 좋아하는』이 있음.

조선시대의 시인 차천로가 ‘자라(鼇)’를 자신의 표상으로 삼았던 것처럼, 이 시에서  ‘달팽이’는 시인이 지향하는 정신의 속도와 폭을 잘 대변해주는 표상인 듯합니다. 한없이 느린 배밀이로 천 년 쯤을 기약하며 어디론가 가고 있는 달팽이. 말도 걸음도 느린 시인의 나지막한 면모가 영락없이 달팽이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런데 그 달팽이의 천년행로가 다름 아닌 우리 귓속에 들어 있다는 것. 좁고 어두운 구멍 저편에서 근근히 들려오는 소리를 양식 삼아 나아가는 달팽이의 구도행에서는 쓸쓸한 장엄함이 느껴집니다. 그 길은 아마도 눈 밝고 발 빠른 이들이 감당할 수 없는 어떤 소로(小路) 같은 것이겠지요.

 

2009. 3. 16. 문학집배원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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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힘
8 년 8 개월 전

나희덕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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