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노래」
목록




?

???????? 노래

??????????????????? 강정


숨을 뱉다 말고 오래 쉬다 보면 몸 안의 푸른 공기가 보여요
가끔씩 죽음이 물컹하게 씹힐 때도 있어요
술 담배를 끊으려고 마세요
오염투성이 삶을 그대로 뱉으면 전깃줄과 대화할 수도 있어요
당신이 뜯어 먹은 책들이 통째로 나무로 변해
한 호흡에 하늘까지 뻗어갈지도 몰라요
아, 사랑에 빠지셨다구요?
그렇다면 더더욱 살려고 하지 마세요
숨이 턱턱 막히고 괄약근이 딴딴해지는 건
당신의 사랑이 몸 안에서 늙은 기생충들을 잡아먹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저 깃발처럼,
바람 없이도 저 혼자 춤추는 무국적의 백기처럼, 그럼요 그저 쉬세요 즐거워 죽을 수 있도록?

?
● 출처 :『키스』, 문학과지성사 2008

?

● 詩, 낭송 : 강정 –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1992년 『현대시세계』가을호에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함. 시집『처형극장』『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키스』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루트와 코드』『나쁜 취향』등이 있음. 시를 쓰면서 침소밴드 리트보컬로 활동 중이기도 함.

강정의 시에서 사랑은 주로 구강기적 욕구와 연결되어 있어요. 이 시에 등장하는 뱉고, 씹고, 마시고, 피우고, 대화하고, 뜯어먹고, 잡아먹는 행위들은 모두 입을 통해 이루어지니까요. 그런 점에서 사랑은 잡식성의 식욕을 지녔다고 할 수 있어요. 서로 먹고 먹히는 순간 속에는 에로스의 충동과? 타나토스의 충동이 함께 꿈틀거리고 있지요. 강력한 랩퍼의 목소리로 시인은 노래해요. 죽음이 물컹하게 씹히는 삶 속에서, 오염투성이 삶 속에서, 사랑은 오히려 더 생생하게 다른 존재들과 내통할 수 있다고. 바람 없이도 저 혼자 춤추는 깃발처럼 당신도 마음껏 나부껴 보라고. 즐거워 죽을 수도 있다고.

?

2009. 3. 23. 문학집배원 나희덕.

목록

첫번째 댓글을 올려주세요!


wpDiscu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