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종「목련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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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련의 꿈

            고재종

 

아름다움은 더럽혀지기 위해 존재하는가
막 날아오르려는 흰 비둘기의 꿈도
순백의 웨딩드레스에 만개한 꽃의 노래도
티끌 한 점 없는 아름다움일 때라야
제대로 더럽혀질 수 있다는 것인가
화사한 목련꽃은 이미 추하게 시들어가고
그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자던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간 건각의 아들은
느닷없이, 오늘 일어서지 못한다
아름다움을 더럽힌 후에 오는 기쁨을 맛보려는
누군가의 지팡이에 의해 일격을 당한 듯,
아름다움과 꿈이 크면 클수록
더럽혀지는 것도 그만큼 커진다는 듯,
건각의 아들은 황망하게, 오늘 일어서지 못한다
배설물로 가득한 도랑 위로 장미꽃을 던지는
사드의 초상을 그렸던 바타유처럼
고통이 나의 성격을 형성한 건 사실이다
고통 없이는 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꿈의 건각이 생짜로 무너지는 것은
어느 고통에게 달려가 항의할 일인가
그 고통이 내 생의 것으로만 끝날 줄 알았던
꿈들이 하얗게 닫혀버리는 이 봄날에
난 연두초록 번지는 잎, 어느 한 점 알지 못한다


 
● 출처 :『한국문학』 2008년 여름호

 

● 詩 : 고재종 –  1957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1984년 실천문학사의 시선집 『시여 무기여』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함. 시집 『바람 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새벽 들』『날랜 사랑』 , 산문집 『쌀밥의 힘』『사람의 길은 하늘에 닿는다』 등이 있음. 소월문학상, 시와시작 젊은시인상 등을 수상함.

 

● 낭송 : 문동만 – 시인. 1969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함. 시집 『나는 작은 행복도 두렵다』가 있음.

가장 순결하고 눈부시게 피어나 가장 처참하게 지는 꽃이 목련이지요. 목련꽃 뚝뚝 떨어지는 날 시인은 꿈들이 하얗게 닫히는 소리를 듣습니다. 꽃이 바람을 이길 수 없듯, 사람 역시 운명의 가혹한 일격 앞에 속수무책 무릎 꿇을 수밖에 없을 때가 있지요. 더욱이 그 공격의 대상이 자신이 아니라 생떼같은 자식일 때, 차라리 그 고통을 내게 달라고 항변한 낮과 밤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부디 건각의 아들이여, 힘차게 일어나세요. 저 떨어진 목련꽃은 다시 일어날 수 없지만, 당신은 아름다운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을 권리가 있어요. 달리다굼!

 

2009. 3. 30. 문학집배원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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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년 7 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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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년 6 개월 전

시라기 보다는 컬렉션 같은 느낌. 건각의 아들(아들에게도 꽤나 시적인 수식어를 달아야 존재할 수 있는 아들)의 일은 유감이지만 신에게 생때를 부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지네요. 아름다움은 더럽혀지기 위해 존재하는가? 정말 시인에게 되묻고 싶어지는 말입니다.

7 년 10 개월 전

아버지가 아들을 향해 마지막 남은 꿈에 의존해 보고 싶은 심경이 가득히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생때같은 자식의 아픔이 얼마나 기가 막히겠습니까. 건각이여 부디 예전이 모습으로 되돌아 오소서.

7 년 3 개월 전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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