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교「살그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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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한 방울 또르르르 나뭇잎의 푸른 옷 속으로 살그머니 들어가네,
나뭇잎의 푸른 웃도리가 살그머니 열리네
나뭇잎의 푸른 브롯치도 살그머니 열리네
나뭇잎의 푸른 스카프도 살그머니 열리네
나뭇잎의 푸른 가슴호주머니도 살그머니 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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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한 자락 소올소올 나뭇잎의 푸른 줄기세포 속으로 살그머니 살그머니 걸어가네
나뭇잎의 푸른 가슴살을 살그머니 살그머니 쓰다듬네
나뭇잎의 푸른 스카프 폭풍에 펄럭펄럭 휘날리는데
나뭇잎의 푸른 가슴살 살그머니 살그머니 빙하로 걸어가는데
살그머니 살그머니 빙하를 쓰다듬는데
나뭇잎의 푸른 웃도리 나뭇잎의 푸른 브롯치 나뭇잎의 푸른 스카프, 나뭇잎의 푸른 가슴호주머니, 나뭇잎의 푸른 피톨들을 살그머니 살그머니 살그머니 감싸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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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그머니 너의 속살을 벗기고 가슴호주머니를 만지니, 살그머니 열리는 너의 수천 혈관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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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한층 두꺼워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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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랑도 살그머니 두꺼워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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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시와사람』2008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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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 : 강은교 – 1945년 함남 홍원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1968년 『사상계』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허무집』,『풀잎』,『빈자일기』,『소리집』,『벽 속의 편지』,『등불 하나가 걸어오네』,『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 하나 넣고 다녔다』,『초록거미의 사랑』등이 있으며, 한국문학상, 현대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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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송 : 김사이 – 시인. 1971년 해남에서 태어나 2002년 계간『시평』애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함.

살그머니, 슬그머니, 살그미, 슬그미, 살그니, 슬그니, 살며시, 슬며시, 살긋이, 슬긋이, 살긋, 슬긋, 살짝, 슬쩍…… 이 미묘한 모국어의 행렬을 보세요. 남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조용히 움직이는 모습을 나타내는 부사들이지만, 말의 표정이나 속도는 조금씩 다르지요. 이 시에서 ‘살그머니’는 단순한 부사가 아니예요. ‘살그머니’라는 말의 어감은 시 전체에 리듬감을 부여해주고, 빗방울과 나뭇잎 사이, 햇빛과 나뭇잎 사이, 나와 너 사이의 사랑을 은밀하고 풍부하게 만들어 주지요. 살그머니 다가와 쓰다듬는 봄의 손길 끝에서 만물이 되살아나는 것처럼, 이 시를 읽고 있으면 감각의 문이 열리고 푸른 피톨들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2009. 4. 13. 문학집배원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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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년 7 개월 전

봄의 속삭임의 소리…살그머니…온유하면서 정감넘치는 상큼한 사랑의메아리가 나의 마음을 살그머니 노크하고 가네요^^

8 년 7 개월 전

단순한 부사가 아니예요. ㅡㅡㅡ> 단순한 부사가 아니에요.

8 년 3 개월 전

시각적 감각적 형태로 표현하는데 그친 문장 수준도 문제지만 해설자의 해설이 더 뭊비한 듯하다. 운율과 음률(리듬)은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데 '살그머니'라는 어감이 시 전체에 리듬감을 부여한단다. 시를 왜 함축적 내포적 문장이 되도록 써야 하느지도 모르는 것 같다. 운율은 함축적 내포적 문장에서 생성되는 의미적 형태라 시인의 시는 반드시 함축적 내포적 형식이 되어야 하는 거랍니다.

7 년 2 개월 전

낱말이 품고 있는 매력에 푹 빠지다 갑니다.

7 년 1 개월 전

써 내릴 때의 감정은 작가만이 아는 것인가요? 작가는 그 감정을 아직도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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