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승「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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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인
                김영승

 

버스비 900원
버스 타서 죄송하다고
百拜謝罪하며 내는 돈

 

화장실 100원
오줌 눠서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하며 내는 돈

 

아들 고등학교 신입생 등록금 사십오만 구천오백팔십 원
학교 다녀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하며 내는 돈

 

상갓집 부조금 3만 원
살아 있어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하며 내는 돈

 

공중전화 100원
말 전해서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하며 내는 돈

 

돼지고기 한 斤 8,000원
처먹어서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하며 내는 돈

 

서러움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죽을 수 있는 것이다
恨이 있기 때문에

 

含笑入地할 수
있는 것이다             



● 출처 :『화창』, 세계사, 2008
 

 

● 詩, 낭송 : 김영승 – 1958년 인천에서 태어나 1986년 『세계의문학』가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반성』,『취객의 꿈』,『아름다운 폐인』,『몸 하나의 사랑』,『권태』,『무소유보다도 찬란한 극빈』,『화창』등이 있으며, 현대시작품상을 수상했다.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에서 평범한 샐러리맨인 뫼르소는 바닷가에서 권총으로 사람을 죽이고 그 이유를 “태양빛이 너무 뜨거워서”라고 설명하지요. 그런데 이 시에 등장하는 이방인은 폭력은커녕 세상을 향해 고개 숙이고 끊임없이 대가를 치르고 있군요. 시인은 힘없고 평범한 서민들이야말로 이방인이 되어버린 세상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싶었던 것일까요. 그러나 “서러움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죽을 수 있는 것”이라는 말에서는 무욕(無慾)의 정신만이 지닐 수 있는 당당함을 읽게 되기도 합니다. 살아있음 자체가 알 수 없는 치욕이라고 느낀다는 점에서는 뫼르소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2009. 4. 20. 문학집배원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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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년 6 개월 전

꽤 머리를 잘 굴린 시라는 느낌이 드네요. 다만, 죽음이란 거대 관념에 너무 쉽게 접근 하려는 안이함. 그리고 비시적인 현학취의 마무리가 시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시어의 서민적 생산은 인플레가 많아서 요즘에는 시가 삶보다 더 치욕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8 년 6 개월 전

욕(慾)이 죄악이라면 무욕(無欲)도 죄악이라고…왜 서러워만 해야 하는지…함소입지할 늙은이의 가치라면 용서가 되지만 젊은이가 가져야할 가치는 아닐 것이라는…이방인도 이방인 나름이지…

8 년 6 개월 전

까위의 '이방인'은 인간의 소외를 말한다면 이 시는 인간이 돈으로 인해 삶의 치욕을 느끼는 장면들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돈은 삶의 도구인데 그 도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인식이 없이 죽음으로 가다니요, 삶의 도구인 돈이 인간 사회를 휘두르는 현실을 보여주는 시의 경계, 그 경계를 통해 우리를 돌아볼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8 년 4 개월 전

머리를 잘 굴린 시라는 느낌이 드네요. 다만, 죽음이란 거대 관념에 너무 쉽게 접근 하려는 안이함. 그리고 비시적인 현학취의 마무리가 시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시어의 서민적 생산은 인플레가 많아서 요즘에는 시가 삶보다 더 치욕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8 년 4 개월 전

의미있는 시란 생각이 드네요.가나이 묻어나는 시이빈다.등록금을 내며 백배 사죄하며 내는 돈이란 말이 가슴을 파고 듭니다.먹을 것 ,입을 것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죄 짓는 마음으로 쓰는 기분인 것 같아요.

8 년 3 개월 전

시라는 장르의 본질적 특성은 제대로 알고 있는 자인가 하는 의문이 먼저 드는 문장이다. 그저 시같은 문장을 다른 시선 다른 각도에서 표현하면 되는 걸로 아는 사람은 아닐까 싶다. 왜 시는 본질적으로 운율적으로 형상화해야 하는지, 시와 운율은 어떤 관계인지, 아니 왜 시를 예전 한 때는 운문이라 했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아 안타 깝다.

8 년 2 개월 전

시가 삶보다 더 치욕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8 년 2 개월 전

[이방인]라는 세글자에 걸맞는 내용을 다룬 시인것 같아요~~현대인이 돈~돈~돈~에 이끌려 다니는 모습을 연상케 만드는것 같아요~~아름다움이 있는 그런사회가 빨리 왔으면~~~

8 년 2 개월 전

시를 잘안봐서 잘은모르지만 감명깊네요

7 년 10 개월 전

살아 숨쉬고 있음이 온통 백배사죄를 드려야 한다네요.그럴까요?살아있음이 고뇌와 동행해야하는 것임을 알지만, 교만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살아있음이 죽은자들에게는 미안하니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참되고,거짓없는 삶,배려하는 마음,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습니다.

6 년 1 개월 전

정말 마음에 드는 시예요. 살면서 돈의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서민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백배사죄하는 모습이 나타나있는 풍자로 읽히기도 하고, (그러니까 돈이 삶의 주인이고, 사람은 삶의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실태를 고발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치욕적인 삶을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는 꾸짖음 같기도 합니다!!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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