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대, 「약속해줘, 구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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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해줘, 구름아
 
정대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신다, 담배를 피운다, 삶이라는 직업
 
커피나무가 자라고 담배 연기가 퍼지고 수염이 자란다, 흘러가는 구름 나는 그대의 숨결을 채집해 공책 갈피에 넣어둔다, 삶이라는 직업
 
이렇게 피가 순해진 날이면 바르셀로나로 가고 싶어, 바르셀로나의 공기 속에는 소량의 헤로인이 포함되어 있다는데, 그걸 마시면 나는 7분 6초의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삶이라는 직업
 
약속해줘 부주키 연주자여, 내가 지중해의 푸른 물결로 출렁일 때까지, 약속해줘 레베티카 가수여, 내가 커피를 마시고 담배 한 대를 맛있게 피우고 한 장의 구름으로 저 허공에 가볍게 흐를 때까지는 내 삶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내가 어떡하든 삶이라는 작업을 마무리할 때까지 내 삶의 유리창을 떼어가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구름아, 그대 심장에서 흘러나온 구름들아, 밤새도록 태풍에 펄럭이는 하늘의 커튼아
 
 
시 / 박정대 – 1965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났으며, 199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단편들』,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아무르 기타』, 『사랑과 열병의 화학적 근원』 등이 있음. 김달진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함.
낭송 / 이원희 – 시인. 2001년 『문학과의식』으로 등단. 시집 『사랑, 그 침묵』이 있음.
출전 / 『미네르바』 2009년 겨울호
음악 / 심태한
애니메이션 / 정정화
프로듀서 / 김태형

나도 담배와 커피를 무척 좋아한다. 아직 이것에 관한 한 개종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담배를 ‘먹는다’는 노인의 말도 좋아한다. 담배를 싫어하고 커피를 마시지 않는 당신도 하루 종일 작업에 매달리기는 마찬가지. 나는 턱에 수염이 적지만, 바르셀로나에는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하루하루가 작업이니 삶이 직업임은 옳기도 하다. 삶에도 임종이 있고, 직업에도 퇴직이 있으니까. 그러나 삶이 직업이라니 좀 그렇다. ‘그렇다’는 말은 수긍이 썩 내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음이 덜커덩한다는 소리다.

그러나 또 한편 삶이 작업이고 직업이니 우리는 운수(雲水)를 갈망하는 것 아니겠는가. 휴일과 휴가를 기다리듯이. 아무튼 제각각 그이 몫의 삶을 잘 살도록 도와주고, 하늘과 구름이 좀 떨어져 살듯이 이만큼 와서 기다리자. 다른 이에게 새치기하는 차량이 되지 말고, 또 가타부타 말을 하는 사람이 되지도 말자. 삶이여, 무례하더라도 나는 나의 작업이 있으니 나를 제발 도와 다오.

문학집배원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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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년 8 개월 전

플래쉬가 뜨질 않는군요. 메일이라도 오면 읽어 보려고 했는데 메일도 오질 않구요,ㅎㅎ.

7 년 8 개월 전

삶이라는 직업.때론 처절하고 흥겹고 슬프고 희망적이기도 하겠죠.그 직업을 충실하고자 한다면 꿈을 쫓고 사랑을 베풀고 진실된 친구와 우정을 나누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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