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우, 「고백」
목록




남진우, 「고백」
 
 
 
 
내 그대에게 사랑을 고백함은
입속에 작은 촛불 하나 켜는 것과 같으니
입속에 녹아내리는 양초의 뜨거움을 견디며
아름다운 동그란 불꽃 하나 만들어
그대에게 보이는 것과 같으니
 
아무리 속삭여도
불은 이윽고 꺼져가고
흘러내린 양초에 굳은 혀를 깨물며
나는 쓸쓸히 돌아선다
 
어두운 밤 그대 방을 밝히는 작은 촛불 하나
내 속삭임을 대신해 파닥일 뿐
 
 
 
시 / 남진우 – 1960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으며,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와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 『깊은 곳에 그물을 드리우라』『죽은 자를 위한 기도』『타오르는 책』『사랑의 어두운 저편』 등이 있음. 김달진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함.
 
낭송 / 문진섭
출전 / 『사랑의 어두운 저편』(창비)
음악 / 권재욱
애니메이션 / 박상혁
프로듀서 / 김태형

 

 

사랑의 고백은 저 속 깊이 넣어두었던, 혹은 미루어 두었던, 혹은 가장 좋은 때를 기다리다 차오르는 첫말을 조마조마하면서 떼는 순간이지요. 고백은 둥글게 포옹하는 말이지요. 촛불이 둥글게 빛의 공간을 만들어 내듯이. 그것은 앞으로 내 열정, 나의 심장을 바치겠다는 혈서의 언어이지요. 나를 당신에게 ‘대여합니다’라는 뜻도 있지요. 투박하게 속되게 말하자면 당신의 처분에 따르겠다는 말이지요. 처분에 따르는 것이 때때로 평화로운 사랑의 지속법이라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더러 있지요. 사랑의 언어는 화덕에 가득 담긴 잉걸불처럼 뜨거워요. 입 속에 든 가장 뜨거운 촛불의 언어, 이 언어를 자주 사용하세요. 비록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그러고 보니 꽃 핀 라일락 나무 아래에서였지요, 나의 사랑 고백은. 어수룩하게도 그땐 그랬지요.
 

문학집배원 문태준

목록

첫번째 댓글을 올려주세요!


7 년 8 개월 전

인디언

겸디민두
7 년 5 일 전

학창시절 고백때문에 굉장히 고민했던 귀여운 추억이 떠오르게 하는 시네요ㅎㅎ

wpDiscu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