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섭, 「한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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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섭, 「한계령」
 
 
 
 
사랑하라 하였지만
나 이쯤에서 사랑을 두고 가네
             
길은 만신창이

지난 폭우에
그 붉던 단풍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집도 절도 없이
애오라지 헐떡이는 길만이 고개를 넘네

사랑하라 하였지만
그 사랑을
여기에 두고 가네  

집도 절도 없으니
나도 당신도 여기에 없고
             
애간장이 눌러 붙은 길만이
헐떡이며, 헐떡이며
한계령을 넘네
  
 
시 / 이홍섭 – 1965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으며, 1990년 『현대시세계』 신인공모에 시가, 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 『강릉, 프라하, 함흥』『숨결』『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산문집 『곱게 싼 인연』이 있음.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을 수상함.

 낭송 / 이용헌 – 시인. 2007년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출전 / 『미네르바』2009년 가을호

음악 / 심태한
애니메이션 / 김수지
프로듀서 / 김태형
 

 

한 그릇의 사랑을 나눠 먹던 사람. 꽃과 꽃잎의 관계 같았던 사랑. 그 사랑이 오늘은 떠나가려 합니다. 불러 모아 주는 당신으로 인해 그동안 떠돌 일이 적었으나, 나는 사랑을 잃고 떠나가려 합니다. 이제 내가 쓰는 편지는 내 마음에 혼자 새기는 것일 뿐 당신에게 당도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이별은 큰 고개 너머로 가는 일인 줄로 압니다. 당신은 고개 이쪽에 살고, 나는 고개 저쪽에 살게 될 것입니다. 내 사는 곳으로부터 고개 너머에 당신이 여전히 아프게 살아가고 있을 줄로 짐작해서 살 것입니다.       
그러나 이별은 사랑의 반을 떼어 남겨 두고 가는 일인 줄로 압니다. 세상은 타원 궤도 같아서 나는 떠나면서도 당신 둘레에 있습니다.
 

문학집배원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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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년 3 개월 전

내가 아프므로 그대도 아플것이라니..!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내가 아프므로 그대는 희희낙락일 것이고 그대가 아프다면 내가 기뻐질 것이예요. 왜? 우린 여전히 반쪽이니까. 적어도 내 마음 속에서는!

6 년 8 개월 전

사랑은 이별을 떼 놓고 가지만, 이별은 사랑을 들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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