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이 사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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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하, 「이 사진 앞에서」
  
 

  
  식사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교인을 향한
  인류의 죄에서 눈 돌린 죄악을 향한
  인류의 금세기 죄악을 향한
  인류의 호의호식을 향한
  인간의 증오심을 향한
  우리를 향한
  나를 향한
 
  소말리아
  한 어린이의
  오체투지의 예가
  나를 얼어붙게 했다
  자정 넘어 취한 채 귀가하다
  주택가 골목길에서 음식물을 게운
  내가 우연히 펼친 〈TIME〉지의 사진
  이 까만 생명 앞에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
 
 
 
  시_ 이승하 – 1960년 경북 김천 출생.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화가 뭉크와 함께」가 당선되어 등단. 1989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비망록」 당선. 시집으로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폭력과 광기의 나날』, 『박수를 찾아서』 등이 있음.
 
  낭송_ 한규남 – 배우. 연극 <들소의 달>, <강철왕> 등에 출연.
  출전_ 『공포와 전율의 나날』(문학의전당)
  음악_ Digital Juice – BackTraxx
  애니메이션_ 박지영
  프로듀서_ 김태형
 
 

 
  굶주려 죽어가는 바싹 마른 아이를 바싹 마른 어른의 손이 일으키고 있습니다. 사진을 보는 순간 망막에 상처가 생긴 것처럼 아픕니다. 사진이 포함된 채 한편의 시가 된 이 시에는 단 한 번의 종결어미가 나오지만 종결어미로서의 역할은 방기됩니다. ‘종결할 수 없는’ 의문과 절규와 참회로 떠도는 미결의 언어들이 가시관처럼 날카롭게 심장을 파고듭니다. 한 장의 사진 앞에서 시인이 고통스럽게 질문하듯이, 한편의 시를 앞에 놓고 우리는 고통스럽게 질문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세계는…… 과연 안녕합니까…… 명백히 존재한다고 믿고 싶은…… 우리의 신은…… 과연 어디에…… 신은…… 사랑일까요…… 그렇다면 신은…… 이 망가진 세계를 어떻게 고치시려고…… 날마다 더…… 망가져가는 우리를…… 신은 도대체 어떻게 하시려고…… 두려운 의문이…… 드는 순간들…… 당신과 더불어…… ‘나는 도대체 무엇을!’ 
 
문학집배원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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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nymous
5 년 8 개월 전

사랑은 정말 너무 가까운데 너무 먼 것 같습니다.

5 년 8 개월 전

우리의 세계는 지나치게 안녕해서 사람들은 불안합니다. 그 불안증은 결국 바벨탑을 세우고, 결국 강정마을 구럼비를 폭파시킵니다. 마천루로는 부족한거지요. 신이 창조한 자연을 인정할 수가 없는 거지요. 무기가 하나 만들어 질 때마다 죽어가는 사람이 생겨납니다. 모든 굶주림은 고의적 타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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