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젠 다비「북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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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호텔」 외젠 다비

 

월요일은 라미용이 일주일에 한 번 쉬는 날이었다. 아내와 함께 그는 인심 좋게 차려주는 술집을 전전했다. ‘쇼프데 생주’에서 ‘봉 쿠엥’까지, ‘카피탈’ 카페에서 ‘북호텔’까지 그들이 들락날락하는 것이 보였다. 옷이 흐트러지고, 얼굴이 새빨개지고, 술 냄새를 물씬 풍기면서 그들은 ‘북호텔’에 눌러앉았다.

 

“주인장, 우리 마누라 좀 봐요!” 이발사가 소리쳤다. “완전히 취했잖소.”

 

“내가 취했다고?”

 

이발사의 아내가 대꾸했다.

 

“주인아저씨, 내가 술 취한 거 본 적 있수? 취한 건 저 얼간이지.”

 

라미용 부부는 자주 싸웠다. 싸움에서 늘 이기는 것은 이발사였다.

어느 날 밤, 모두들 카드놀이를 하고 있는 시간에 이발사의 아내가 르쿠브뢰르 카페로 들어왔다. 공포에 질린 눈에 마치 미친 여자 같은 몰골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채색 유리알 브로치로 잠근 낡은 외투를 풀어헤친 후, 맞아서 멍이 든 바싹 마른 어깨를 보여주었다.

 

“이젠 몸에 감각조차 없어요.”

 

그녀는 신음소리를 냈다. 별안간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웃었다. 그녀의 외투에 달린 브로치가 반짝였다. 그녀는 그것을 불빛에 비쳐보았다.

 

“얼마나 아름다워요, 내 다이아몬드. 내게 남은 건 이것뿐이야. 라미용도 이걸 빼앗아갈 순 없어!”

 

그녀는 염소 울음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다가 갑자기 맴을 돌며 춤을 추었다.

 

“그렇죠, 나 예쁘죠?”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잿빛 머리타래를 이마 위로 올리더니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런 다음 두 손으로 가슴 위의 브로치를 꽉 잡고서는 별안간 문밖으로 뛰어나갔다. 이발사가 그 직후에 들어왔다.

 

“앙젤을 패줬어.”

 

그가 만족한 듯 말했다.

 

“정신 좀 차렸을 거야. 저녁마다 나한테 돼지고기만 먹였거든.”

 

그는 턱수염을 어루만졌다.

 

“주인장, 주사위놀이 한판 하겠소?”

 

● 출처 :『북호텔』, 강 2009

 

 

● 작가 : 외젠 다비 – 1898년 프랑스 피카르디 주 메르레뱅에서 태어나 1929년 어린 시절 부모님이 운영한 '북호텔'을 무대로 한 소설 『북호텔』을 발표함. 소설 『프티-루이』『오아시스 빌라 혹은 사이비 부르주아들』『섬』 등이 있음. 민중주의 소설상을 수상함.
 

● 낭독 : 김내하 – 배우. 연극 『날 보러 와요』『이』『즐거운 인생』『꿈속의 꿈』등에 출연.
서이숙 – 배우. 연극 『열하일기만보』『강철』『오레스테스』『리어왕』등에 출연.
임진순 – 배우. 연극 『그릇 그릇』『여행』『자객열전』『벚나무 동산』 등에 출연.

 

● 음악 : 한창욱

어른과 아이의 경계선에는 절망이 있는 것 같아요. 절망을 넘어서면 아이는 어른이 되는 게 아닐까요? 세속의 지혜들은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죠. 강한 쪽에 붙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나 권력에 복종해야만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이나. 하지만 그런 게 어른이라면 부끄럽지 않나요? 아이들 보기에 너무 부끄럽지 않나요? 어른이라면 강한 자들과 권력자들이 아무리 우리를 파괴해도 우리 안의 다이아몬드를 부술 수는 없다고 말해야지요. 절망을 넘어서서 우리 안에 다이아몬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지, 어른이 되는 거지요. 정신 좀 차리지 마세요. 끝까지 예뻐지세요.

 

2009. 4. 9. 문학집배원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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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nymous
8 년 7 개월 전

그랬어요. 친구네 집에 놀러갔는데, 친구 엄마께서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시고는 방에서 선글래스를 쓰신 채로 내내 계시던 거예요. 나중에 친구 안경도 부서지고 하는 통에야 나중에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사회적 지위와 완벽하게 행복해 보이는 가족사진 뒤에는 그런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우리 가족이 비록 가족여행을 자주 가지는 못해도 그냥 만족하게 된 건 그걸 알고 난 다음부터였어요.^^

8 년 7 개월 전

끝까지 예뻐지기 어려워요. 잠시도 예쁘지 않은 걸요.어쨌든 많은 것에서 견디어야 해요.절망에서 푸릇한 새싹 살려낼 수 있도록…

8 년 4 개월 전

전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어요설명해주기 전까지는요. 전 아직 어린이인것 같아요. 그 여자를 다시 보게 되었어요. 나라면 이렇게 사는건 다 필요없다고 브로치고 뭐고 다 버려버렸을 거예요. 저 지금 그렇게 사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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