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희, 「그 다락방에만 있다네, 안식을 주는 그 커피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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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 「그 다락방에만 있다네, 안식을 주는 그 커피는」 중에서
 
 
 
 
 
성장기에 외국의 소설이나 영화에서 다락방을 터전 삼아 뭔가를 이루는 주인공들을 많이 봤다. 그때마다 나는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공간을 갖고 싶어 안달했었다. 내가 살던 옛집에는 벽장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대전에서 집 짓는 일을 하는 청년 박창수 얘기를 들으니 요즘은 4~5층 건물을 신축할 때 옥탑방 대신 다락방을 짓는다고 한다. 지붕 밑의 그 방은 햇빛이 들어오는 모양이 좋고, 서 있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 인기를 끈다고 한다.
사람들이 다락방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층보다 분양 가격대가 조금 싸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일까? 아닐 것이다.
지상에서는 적당히 떨어져 있고, 하늘과는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바로 다락방이다. 그곳은 필요한 만큼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그곳에 오롯이 깃들이면 꿈을 꿀 수 있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또 다른 자아를 만날 수 있다. 무릎을 꿇으면 기도를 할 수 있다. 간절히 마음을 모으면 절대자絶對者를 만날 수도 있다.
내가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던 그 시절의 농가農家들은 다락방이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 시절에 나는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면 때때로 장롱이나 빈 뒤주나 궤짝에 들어가 몸을 웅크리곤 했다. 적당한 어둠이 있는 밀폐된 그 공간들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에는 제격이었다.
“언제든 오셔서 글 쓰시고, 주무시기도 하세요!”
어느 날 그녀가 내게 다락방을 선사했다. 나는 타워팰리스가 한 채 생긴 듯 기뻤다. 그날 그녀는 그 다락방으로 늘 내오던 차가 아닌 것을 내왔다. 아, 그것은 커피였다. 한 모금 마시니 약간 아릿한 맛이 났다.
“맛이랑 향이 독특하네요?”
“괜찮아요? 안 좋아하시면 어떡하나 걱정했어요. 혼자 즐기는 커피거든요.”
“입 안에 도는 첫맛은 마치 소나무 속껍질을 먹은 것 같고, 뒷맛은 삶아서 특별한 양념 안 하고 무친 씀바귀나물을 먹은 것 같아요.”
 
 
 
작가_ 양선희 –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에서 태어났으며, 1987년 계간 『문학과비평』에 시와 199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나리오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 『일기를 구기다』, 『그 인연에 울다』, 장편소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 산문집 『엄마 냄새』 등이 있음.
 
낭독_ 문지현 – 배우 및 성우. 연극 <경숙, 경숙아버지> 등에 출연.
채세라 – 배우. 연극 <우리 읍내>, 드라마 <궁> 등에 출연.
출전_ 『힐링 커피』(랜덤하우스)
음악_ 박세준
애니메이션_ 홍예실
프로듀서_ 김태형
 
 

 
발리 섬에서 어느 화가가 살던 집을 미술관으로 만든 걸 구경한 적이 있어요. 방 뒤에 다시 방을 덧댄 듯, 복잡한 구조의 그 미술관을 보면서 그 집에 자랐을 아이들이 부러워졌어요. 아이가 혼자 숨어들 공간이 여기저기, 많았거든요. 그 어둑하고 고요한 곳에서, 검은 보자기를 뒤집어쓴 콩나물처럼 아이의 정신은 키가 조금쯤 자라지 않았을까요. 어른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이들에겐 더더욱 아무의 눈에도 안 띄고 혼자 웅크릴 공간이 절실한 듯해요.
어린 시절에 가족을 피해 혼자 웅크릴 수 있는 공간, 그건 어른이 된 뒤 일상에 실려가다가 문득 홀로 마시는 진한 커피 한잔과 비슷한 거 아닌가 싶네요.
 
 
문학집배원 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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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년 7 개월 전

사색과 기도와 공상과 상상이 자유로울 수 있는 다락방,검고 고요한 공간에 하얗게 피어날 커피향이 그려지는군요^^

6 년 7 개월 전

하루시작의 의미를 조금씩 찾아가는 계기가 되어 주어 감사합니다.좋은글 감사….

6 년 7 개월 전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그 시절의 농촌집들엔 다락방이 없었지요.아마 커피도 귀했을 걸요.

5 년 5 개월 전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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