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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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중에서
 
 
 
 
처음에는 현기증과 같은 느낌이었다. 나무들, 길, 도랑, 로돌프가 보였다. 나뭇잎은 떨리고 골풀들은 살랑거리는데 아직도 그를 껴안는 남자의 두 팔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그녀는 거기에 비친 자기의 얼굴에 놀랐다. 그녀의 눈이 이토록 크고 이토록 까맣고 이토록 깊게 보인 적은 일찍이 없었다. 미묘한 그 무엇이 그녀의 전신에 퍼져서 그녀는 몰라보게 달라진 것이었다.
그녀는 혼자말을 되풀이했다. <내게 애인이 생긴 거야! 애인이!> 이렇게 생각하자 마치 갑작스레 또 한번의 사춘기를 맞이한 것처럼 기쁨이 솟구쳤다. 그러니까 그녀는 마침내 저 사랑의 기쁨을, 체념해 버렸던 저 열병과도 같은 행복을 가지게 되는 것이었다. 거기에서는 모든 것이 정열, 도취, 광란이리라. 푸르스름한 빛을 띤 광대한 세계가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고 그녀의 상념 저 밑에서는 절정에 이른 감정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평범한 일상은 오직 저 멀리, 저 아래 저 어둠 속, 그 높은 꼭대기들 사이의 틈바구니에 처박혀 있을 뿐이었다.
그때 그녀는 옛날에 읽었던 책 속의 여주인공들을 상기했다. 불륜의 사랑에 빠진 서정적인 여자들의 무리가 그녀의 기억 속에서 공감어린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하며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녀 자신이 이런 상상 세계의 진정한 일부로 변하면서 그녀는 예전에 자신이 그토록 선망했던 사랑에 빠진 여자의 전형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이리하여 젊은 시절의 긴 몽상이 현실로 변하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설욕의 만족감도 느끼고 있었다. 그녀도 그만하면 어지간히 고통받지 않았는가! 그러나 이제 바야흐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사랑이 환희로 끓어올라 한방울 남김없이 분출된 것이다. 그녀는 뉘우침도 불안도 고민도 없이 그 사랑을 음미하는 것이었다.
 
 
 
작가_ 귀스타브 플로베르 – 1821년 프랑스 북부 도시 루앙(Rouen)에서 태어났음. 1856년 『마담 보바리(Madame Bovary)』를 완성해 '르뷔 드 파리'지(誌)에 연재함. 이후 문학적 명성과 대중적 인기를 함께 얻으며 『살람보 Salammbo』『감정 교육』『순박한 마음(Un Coeur Simple)』 등을 발표함.
 
낭독_ 노계현 – 성우. 외화 <구름 속의 산책> <보통사람들> 등에 출연.
               홍연경 – 서울TBN 리포터.
출전 : 『마담 보바리』(민음사)
음악_ 교한
애니메이션_ 민경
프로듀서_ 김태형
 
 

 
어른이 된 뒤에 하이틴 로맨스를 읽은 적이 있어요. 그 책을 만들던 친구가 마감을 못 맞추겠다며 도와달라기에 원고 교정을 본 것이죠. 책 한 권의 교정을 마치고 나니 뜬금없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강하고 매력 있고 부자인 남자’ 하나 만나지 못한 내 인생! 그런 남자에 마음 두기는커녕 오히려 거부감을 갖고 있었는데 그 순간만은 그랬어요.
수도원 학교에서 낭만적인 사랑을 다룬 소설책들을 몰래 읽으며 꿈을 키워온 엠마. 충실하나 지루한 남편, 낭만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일상에 몸을 뒤틀던 그녀, 마침내 사랑에 빠져드는 순간이에요. 이 이야기로부터 150년이 지난 지금도 누군가는 일탈을 꿈꾸고 누군가는 ‘사랑에 빠져버린 자기 자신’을 열렬히 사랑하겠지요.
 
문학집배원 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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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년 7 개월 전

강하고 매력있고 부자인 남자 하나 만나지 못한 내 인생! 재밌어요, 작가님. 저도 하이틴 로맨스를 읽으면 그런 생각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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