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우드 앤더슨, 「달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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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께 이 글을 올립니다.”
 
– 프란츠 카프카,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중에서 –

 

셔우드 앤더슨, 「달걀」

 

 

 

 

    아버지의 생각이 진전될 때마다 달걀이 관련되는 데에는 뭔가 운명적인 면이 있었다. 어쨌든 달걀 하나가 아버지의 새로운 삶의 충동을 망쳐놓았다. 어느날 밤늦게 나는 아버지의 목에서 터져나오는 포효 같은 분노의 함성에 잠이 깼다. 어머니와 나는 일어나 침대에 똑바로 앉았다. 떨리는 손으로 어머니는 머리맡 탁자에 놓여 있는 램프에 불을 붙였다. 아래층의 우리 식당 앞문이 꽝 하면서 닫히더니 몇분 뒤에 아버지가 쿵쾅거리며 층계를 올라왔다. 아버지는 한손에 달걀 하나를 들고 있었는데, 마치 오한이 난 것처럼 그 손이 떨렸다. 아버지의 눈빛은 반쯤 미친 것 같았다. 우리를 노려보고 서 있을 때 아버지는 분명코 어머니나 나에게 그 달걀을 던질 태세였다. 그런데 아버지는 달걀을 탁자 위 램프 옆에 가만히 놓고 어머니의 침대 옆에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는 어린 소년처럼 울기 시작했고 나도 아버지의 깊은 슬픔에 휩쓸려 덩달아 울었다. 우리 부자의 비통한 울음소리로 그 작은 위층 방이 가득 찼다. 우스꽝스러운 일이지만 우리가 벌려놓은 광경에서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어머니의 손이 아버지의 정수리를 가로지르는 그 벗겨진 길을 계속 어루만지고 있었다는 사실뿐이다. 나는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아버지를 설득해서 아래층에서 일어난 일을 털어놓게끔 했는지 잊어버렸다. 아버지의 설명 역시 내 기억에서 사라졌다. 기억하는 것이라곤 오로지 나 자신의 깊은 슬픔과 무서움, 그리고 아버지가 침대 곁에 무릎을 꿇고 있을 때 램프 불에 번쩍이던 아버지 머리 위에 난 빛나는 그 길뿐이다.

 
 
 
▶ 작가_ 셔우드 앤더슨 – 미국의 소설가. 1876년 오하이오 주에서 태어남. 1916년 『윈디 맥퍼슨의 아들』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 함. 작품으로 『와인즈버그, 오하이오』『달걀의 승리』『말과 사람』『숲속의 죽음』등이 있음.
 
 

▶ 낭독_ 조주현 – 배우. 연극「복사꽃지면 송화날리고」, 「엄마를 부탁해」, 「사랑 지고지순하다」등에 출연

 
 

  배달하며

    밤늦도록 술 마시고 새벽에 귀가한 날이었습니다. 가족들이 잠든 컴컴한 거실에 아버지 혼자 등을 돌린 채 바닥에 앉아 계신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어쩐지 그 모습은 힘 센 상대에게 한 방 크게 맞고 주저앉은 실패한 복서의 모습과 비슷한 데가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저처럼 술에 취해 계셨는데, 저를 돌아보지도 않으신 채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 아버지는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운 것 같다.’
    정수리께로 얼음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봤습니다. 당신의 생이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워졌다는 걸 알고 있는, 한 번도 쓸어드리지 못한 아버지의 등을. 실패한 아버지의 이야기치고 좋지 않은 문학은 없는 것 같지요.
    늦어도 오늘 저녁엔 카네이션 한 송이 사야겠습니다. 내일이 ‘어버이날’이군요.
 
 
 

문학집배원 조경란

 
 

▶ 출전_『필경사 바틀비』(창비, 한기욱 엮고 옮김, 2010, p263~264)

▶ 음악_ Stock music/orchestral mood

▶ 애니메이션_ 이지오

▶ 프로듀서_ 양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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