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 「선생님의 밥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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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나의 아이들이었고 내가 그들의 이름과 얼굴을 잊어버렸을 때라도 나의 아이들일 것이다.”
 
– 가브리엘 루아, 중편「찬물 속의 송어」 중에서 –

 

이청준, 「선생님의 밥그릇」

 

 

 

 

    아버지의 생각이 진전될 때마다 달걀이 서로가 한동안 아릿한 회상에 젖어 있던 선생님과 반 친구들 앞에 상훈은 이제 모두가 같은 생각이 아니겠냐는 듯 거두절미 침묵을 깨고 그때의 일을 회상하며 말했다.
    “ ‘이제부터 나는 매끼 내 밥그릇의 절반을 덜어놓고 먹기로 했다. 비록 너나 네 어려운 이웃들에게 그것을 직접 나눌 수는 없더라도 누가 너를 위해 늘 자기 몫의 절반을 나누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라. 그 밥그릇의 절반만큼 한 마음이 언제고 너의 곁에 함께하고 있음을 알고 앞으로의 어려움을 잘 이겨나가도록 하여라…….’ 선생님께선 그 몇 마디 말씀과 함께 제 등을 한 번 툭 건드려주시는 걸로 다시 저를 돌려보내 주셨지요. 그리곤 다신 그 일을 아는 척을 않으셨고요…… 하지만 전 그 후로 언제 어디서나 그 선생님의 절반 몫의 양식을 제 곁에 가까이 느끼며 지내왔습니다. 그리고 그 선생님의 사랑과 은덕은 저뿐만 아니라 여기 우리들 모두가 그간 알게 모르게 함께 누려왔을 것으로 믿고 있고요. 하지만 전 선생님께서 그때의 일을 잊지 않으시고 지금까지도 늘 그렇게 지내오고 계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바로 선생님의 그 덜어놓기 ‘버릇’의 내력이었다. 말할 것도 없이 그건 어쩌면 ‘소식 건강 요법’이나 어쩌다 몸에 익힌 당신의 ‘버릇’이기보다는 너무도 벅차고 뜨겁고 자애로운 은애(恩愛)의 사연이었다.

 
 
 
▶ 작가_ 이청준 – 소설가.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남. 서울대 독문과 졸업. 1965년 《사상계》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 시작함. 대표작으로 『당신들의 천국』 『축제』『소문의 벽』『키 작은 자유인』『잃어버린 말을 찾아서』『서편제』 등이 있음.
 
 

▶ 낭독_ 임형택 – 배우. 연극「목란언니」, 「아가멤논」, 「그을린 사랑」,「천하제일 남가이」등에 출연
        조주현 – 배우. 연극「복사꽃지면 송화날리고」, 「엄마를 부탁해」, 「사랑 지고지순하다」등에 출연

 
 

  배달하며

    37년 전의 담임선생님을 모시고 저녁 회식 자리가 열린 모양입니다. 옛날처럼, 선생님이 당신의 밥을 반쯤 덜어내고 식사를 하시고 계십니다.
    소설 말미에 선생은 이렇게 말씀하시는군요. “무슨 교육자랍시고 제 설익은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기보다, 우선 내 지닌 몫부터 절반만큼씩 줄여 나눠 가져보자는 생각”에서였을 뿐이라고 말입니다. 많은 스승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엔 당신이 지닌 몫의 절반을 선뜻 우리에게 덜어준 분도 있었을 겁니다.
    지난주는 어버이날 앞두고 아버지에 관한 소설을, 이번 주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스승에 관한 소설을 배달해 드립니다. 이렇게 참 제가 구식입니다.
 
 
 

문학집배원 조경란

 
 

▶ 출전_『날개의 집』(이청준 전집 23, 문학과지성사, 2015, 27쪽)

▶ 음악_ Back Traxx / classical2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양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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