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년이 온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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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출처 : 한강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55-57쪽, 창비, 2014년.
 

 

 

한강 │ 「소년이 온다」를 배달하며…

 

 

    한국의 현대사를 다룬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종종 진실은 상투적이지 않다는 걸 깨닫습니다. 거기 담긴 폭력의 세부, 마음의 세부가 특히 그렇지요. 책의 어느 장면을 옮겨야 할지 오래 고민하다 드물게 밝은 부분을 골랐습니다. 국가폭력으로 숨진 소년이 세상을 떠나기 전 떠올리는 삶의 세목을 두 손으로 냇물 긷듯 뜨고 싶어서요. 고인이 짧게 누린 생의 감촉, 냄새, 소리 등을 한 번 더 재생하고 싶었습니다. 최근 이 책을 다시 읽다 “온나, 이리 온나, 손뼉 치는 내 앞으로 한발 두발 걸음마를 떼었는디. 웃음을 물고 일곱 걸음 걸어 나헌테 안겼는디”라는 구절을 발견하곤 이 소설의 제목을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온다’와 ‘온나’ 사이, 그 아득한 시차 안에 존재할 많은 분들의 얼굴을 떠올리다 무슨 말을 더 이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뭅니다. 5월 햇빛과 신록을 향해 고개 숙입니다.
 

소설가 김애란

 

 

 

문학집배원 문장배달 김애란

• 1980년 인천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졸업
• 소설집 『바깥은 여름』, 『달려라. 아비』, 『비행운』, 『침이 고인다』, 『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장편소설 『두근 두근 내 인생』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