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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아서 그런것 같아요

빠른 시일 내에 오류를 정정해 주시면 매우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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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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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그늘 / 흑 비

 

 

나는 내 삶이 만든 그늘이다.

 

 

언젠가

속내 다 보여준 사람들과 함께

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는데,

소주를 마시며

각자 걸어온 삶을 말하다가

지들은 이리 살 사람이 아니라며

월급에 목을 맨 사람이 아니라며,

한 사람이

딱 10년만 젊었으면 좋겠다 하고

또 한 사람은

20대로 돌아갔음 좋겠다고 하며

쓴 소주를 사발 때기로 마시다가,

문득

말이 없는 나에게 묻기에

“난 싫다.”라고 말을 툭 던지자

이유를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

 

 

나는

하필이면

비 내리는 세상에

우산도 없이 마실 나와서

가랑비, 여우비, 소나기, 자드락비

비란 비 다 맞고 세월을 건너느라

나의 마음은 상처와 흉터투성이며

내 몸은 천형처럼 무겁기만 한데

내 어찌 미치지 않고서야

세월을 거슬러 오르고 싶겠는가?

 

 

나에게 소망이 있다면

경로석에 앉을 만큼 나이 들어서

손바닥 만한 삶의 그늘에서 벗어나

내가 왔던 그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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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다음 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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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다음 날엔 / 흑비

 

 

눈이 내린 다음 날에

뼈를 때리는 바람이 지나가고

세워놓았던 눈 무덤이 사라지면

세상은 마치 폐허(廢墟)처럼 변해간다.

 

 

그런 날에는

폐허(廢墟)같은 세상에서 빠져나와

허허로운 마음으로 상상을 한다.

다정하게 걸어가는 연인들을

눈송이로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을

어느 아담한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있을 동창생들을,

그러다가

빈방에 홀로 앉아서

둥그런 거울속의 나와 대화를 한다.

그녀는,

후줄근한 내 감성을 비난하고

아웃사이더가 된 나를 놀리고

머릿속 가득 찬 생각을 비웃고,

그런 그녀의 태도에

맘이 상할 대로 상한 나는

이불을 덮어쓰고 드러눕는다.

 

 

이불 속 세상에서

나는 화원을 만들고

벌과 나비를 불러와서

꽃들의 향연에 흠뻑 빠져든다.

그곳에는 집도, 차도, 사람도 없고

거울 속의 나조차도 없어 즐겁지만

그 시간은 아쉽도록 짧기만 하다.

갑자기 이불이 젖혀지며

불쑥 들어온 폐허(廢墟)의 아우성에

순식간 사라지는 비밀의 화원(花園)

이어서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그녀의 비난(非難) 소리는

다시 폐허(廢墟)같은 세상 속에

날 집어 던지고 나는,

 

 

비좁은 바늘구멍 속으로

커다란 낙타 한 마리를 몰아넣어

누더기 같은 삶을 다시 깁기 시작하고

다시 눈 속에 세상이 매몰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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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貧)자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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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貧)자의 가을 / 흑비

 

 

 

텅 비어 너른 벌판도

기나긴 겨울로 갈아들 때는

누구에게나 너그럽지만은 않다.

 

 

 

펼쳐지다 만

오래 묵은 책 같은

지붕들 아래 좁은 골목길

그 골목길 접으며 다가오던

사람들의 그림자조차 끊어지면

이 가을이 다 가도록

아무것도 거둘 것 없는 자들은

빈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村老의 분주한 추수와 갈무리를

먼 세상 바라보듯 멀뚱거리다가

 

 

 

문득

가슴 한켠에 처박힌

그 후진적인 쓸쓸함이나

방관자적 삶을 갈무리할 양으로

물결치는 갈대밭으로 뛰어들어서

하늘이 노랗게 자지러지고 싶건만

 

 

 

이 가을은

그들에게 그럴 여유도 주지 않고

습관처럼 그들을 밟고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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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녀와 순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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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녀와 순수성 / 흑 비

 

 

예전에,

수원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타러가기 위해서는

필히 거쳐야 하는 곳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곳을 “텍사스촌”이라 불렀다

 

 

 

저녁 어스름 녘,

그곳을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진한 화장 아래 민낯을 숨긴

20세쯤 되어 보이는 여자들이

“쉬었다 가세요.”를 반복하는데,

어떤 이는 바쁘다며 손길 뿌리치고

또 어떤 이는 못 이기는 척 따라간다.

그 때 ,

마치 산적 같이 생긴 한 사내가

그녀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서

“아가, 얼마냐?”라고 묻자,

그녀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고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흐르고

한 여자가 그 남자의 손에 이끌려

마치 소녀처럼 따라 들어가고 있다.

 

 

 

저 겨울여자들은

추위가 결빙을 못질해도

끊임없이 견고한 뼈를 곧추 세우며

남자들을 향한

불퇴의 활을 겨냥하고 있을 것이란

나의 생각이 일시에 무너져 내린다.

각각 사연으로 그 곳에 서서

몸을 파는 그녀들

“아가”라는 단어에 말을 잃고

수줍음에 고개를 숙인 그녀들

그 순간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속에

“소냐”가 떠올랐다.

 

 

 

난,

그녀들의 맘속에서 순수를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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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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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 흑비

 

 

대공원 산책길 옆

깎아지른 산허리 비탈에

때아닌 노란 개나리가 피어서

“재건축반대”푯말을 들고 서 있다.

 

 

약삭빠르게 자라난 잡목들은

거목의 무릎에 붙어 아양을 떠는데,

한 때 산업의 주역이었던

대덕구 제1공단, 제2공단 공장 굴뚝이

하늘을 향해 주먹질하던 곳에는

무너져 내리는 공장의 껍데기만이

뿌옇게 먼지 뒤집어쓰고

그 속에 남아 있는 몇몇 사람들은

삶의 뼈를 드러낸 채

엄혹한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허나, 시내 중심으로 들어서면

신물(新物)들이 넘쳐나는데

죽은 희망을 입에 물고

부실한 내장을 끌어안은 채

아스팔트 도로를 무단 횡단하던

눈이 푸른 푸들 한 마리가

중앙선에 멈춰서더니

존재의 이유를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이유를 깨닫기도 전에

죽음이 먼저 올 것을 즉감하고

개 꿈 같은 삶을 포기하려는데

 

도심 빌딩이

높은 허공의 엉덩이를 찌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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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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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 흑비

 

 

도도히 흐르는 강물도

드넓은 바다에 이르면

아이처럼 바다의 품에 안긴다.

 

 

한때는

목숨을 내 줄 것 같던 사랑도

몸을 내 던지는 슬픔도

세월의 굽이굽이 돌다보면

몽돌처럼 모난 곳 없이 순해지고

 

 

또한

육신을 태워버릴 것 같은 열정도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도

세월의 뒤편으로 아스라이 사라져

가슴속에 작은 옹이로 박제된다.

 

 

어디 마음만 그럴까

가슴을 내 놓고 젖을 먹이는 여인처럼

가리개도 없이 길가에서

거침없이 오줌을 놓는 할머니처럼

性을 내려놓은 애달픈 연민을 보라

허나,

아직 다하지 못한 그리움이 있고

아직 풀지도 못한 원망이 있는데,

 

 

아침 출근 길

차에 치인 어린 고라니 한 마리

차마 눈을 감지 못하고 발버둥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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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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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지기 전에 / 흑비

 

 

햇살의 투신을 받아 안고

말없이 강은 흐른다.

 

 

어디 햇살의 주검만 있으랴

생을 다한 것들은

강으로, 강으로 모여들고

강은 묵묵히 이들을 받아 품는다.

 

 

그와 같은 강이

내 육신 한편에서도 흐른다.

가슴엔 듯, 눈엔 듯, 핏줄엔 듯

잠든 사람들이 숨어 있는 곳

생각은 열쇠가 없다

단지 본능으로 답을 찾는다.

잠재운 맘의 강에 다가설 수록

능욕 같은 그 무엇인가가

나의 끓는 핏줄을 타고 돌면

두려움에 발길을 돌리려는데

새벽이 정수리에 쏟아진다.

작두 날처럼 푸른 새벽을

마음속에 사람들이 우러르고

그 모습 마치 성자처럼 다가오며

귓구멍을 관통하는 붉은 아우성!

 

그렇구나,

나의  깨어있는 맘 다 하였으니

이제 잠재운 마음을 깨워서

맘속에서 잠이든 이들과 함께

낙엽들이 다 지기 전에

한 마리 늙은 비둘기가 되어

측은한 조국의 눈물 찍어먹고

이 나라의 아랫도리를 다리삼아

총성 없는 평화를 가슴에 장전하고

 

 

나, 유유히 대동강을 흐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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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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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속성 / 흑 비

 

손바닥 만 한 삶을 이고서

집으로 돌아올 때쯤이면,

어느 후미진 도시 외곽에

몸을 숨겼던 어둠이

갯벌을 덮치는 바닷물처럼

아파트 숲을 어둠 아래 가라앉히고

가로등은 일제히 잠에서 깨어난다.

 

 

 

어둠은 시시때때로

황혼을 아우르며 성자처럼 오기도 하고

어머니처럼 다정스레 오기도 하는데

난 그런 어둠에 몸을 숨기는 것이 좋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몸을 뒤척이며 생각을 고르다 보면

누가, 밤새 칭얼대는 아기 같은 밤을

가로등 불빛 아래 버리고 사라진다.

 

 

어둠을 버리고 떠나가는 소리에

가만히 눈을 뜨면

어둠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런 어둠에게

나를 모두 보여주는 것

그것은 부처님이나 예수님에게

죄를 고백하는 것과 같은 것인데

어둠속에서 고백은 날 평화롭게 한다.

 

 

나도 가끔씩은

불야성 같은 도심을 기웃거리는데

그런 날, 늘 외톨이가 된 나를

어둠만이 그 속내를 달래 주는데 난,

 

 

어머니 품속 같은 그런 어둠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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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버리고 간 눈(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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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버리고 간 눈(雪) / 흑 비

 

 

햇볕이 미처 찾아가지 못한 곳에

한여름에도 녹지 않는 殘雪이

외로운 마음 기댈 곳이 없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시린 바람이 **고아원에 둥지를 틀고

살며시 훔쳐보는 잔설(殘雪)의 눈에는

봄의 손 잡고 마중 온 아지랑이는

그저 사막의 신기루일 뿐이다

 

 

겨울은

버리고 간 殘雪이 눈에 밟혔던지

꽃샘바람 앞세우고

잔설을 데리러 왔었지만

각박한 현실에 한숨만 내쉬며

무거운 발길 돌리기를 수십 번이다

 

 

거기에만 잔설(殘雪)이 있겠는가?

**양로원 사철나무 생 울타리 아래

보이지 않은 끈으로 발목 묶인 채

잔뜩 웅크리고 앉은 잔설(殘雪)이

짓무른 눈을 힘겹게 뜨면서

가물가물 누군가 애타게 기다린다.

 

 

이따 끔 다녀가는 봄바람이

이슬비로 흰머리를 쓸어내리면

모든 것 내려놓은 채 눈을 감고

어찌 알고 날아왔는지

몇몇 까마귀들 한꺼번에 몰려와

마른 눈물까지 찍어먹고 날아간다.

 

 

겨우내 잔설(殘雪)이 앉았던 자리엔

또 다른 잔설(殘雪)이 얼굴을 들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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