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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큐레이션

한국 문학 자료를 담은 문학DB에서 문예지, 근대문학총서의 작품들을,
현대적인 문장웹진 등에서 매주 추천하여 보여드립니다.
1970년대의 감성부터 현대까지, 지금 봐도 세련된 문장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나 보세요!

munjang

글틴

불면의 끝자락

이 이불은 나를 덮기에는 조금 작은 것 같아가장 가리고 싶은 얼굴을 가리면 나의 악취나는 발가락이 보이거든그들이 나의 미래 그들의 미래 우리의 미래에 대해 대화하는 걸 듣고 싶지 않아끝도 없는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너가 이렇게 말해서 내가 짜증나잖아어제 내가 세탁 부탁한 옷을 아직도 않 맡긴 거야?여보, 거기까지 가려면 언덕을 넘어야되요이제 그만볼 거 다 봤고웃어볼만큼 웃어봤고울어볼만큼 울어봤어연필이 부러지도록 시도 써보았고사랑이 도망가도록 사랑을 쫓아봤어무릎에 상처가 나도록 꿇어보았고거울에 구멍이 나도록 내 얼굴앞에 서봤고오늘은 작년 일기에 담겨진 나의 모습과 판박이인데다만 친구들을 피해다닐 뿐이야선생님들의 발걸음이 들리면 복도의 건너편으로 내 걸음을 옮기고부모님이 방 문을 여실때면 내게 익숙한 이불속으로 들어가지아 따뜻하다오늘 공부는 잘했니?학교는 별일 없었고?별일 없이 힘들었는데그런 걸 누구한테 말한담십대들은 시를 쓰기보단담배를 씹는 게 좋을지도 몰라책속에 묻히기보단클럽에서 춤을 추는 게 좋을지도 몰라그래도 울지마우리에겐 꿈이 있잖아두 눈을 감아봐의식을 멈추어봐잠시만이라도너의 얼굴을 감추고몸을 덮어봐그때 우리는 고래와 상어와 돌고래와 물뱀과우리가 끌어안고 내뱉었던 모든 생명들과 함께새로운 세상의 동이 트는 것을 보게 될거니까

2024.03.28 위다윗
아직도 여전히 다행히

가로등 밑 시소가 흔들리는 걸 봤어 같은 세상에 내던져진 그때처럼작던 키는 여전히 나란하고이렇게 아직도 우리인 건시간만의 솜씨는 아닐거야 그치어떤 생물적 작용혹은 우연적 필연왜 있잖아어른들은 모르던설익은 마음이나 어린 표정작은 걸음걸이와 손짓먼지가 햇빛 속에 부유하는 걸 봐어제와는 다르게 분류하는 세상처럼우습게 맞춰지지 않는 발끝그래도 휘청이며 즐겁잖아단단하지 않은 발목은낭창낭창 부러지지는 않을거야 그치이상하게 새로운 미숙함이지만상하지도 굳지도 않은채로우리는 여전히 빛을 받고

2024.03.28 레니
소망

소망 회색빛 도심 그 사이 어딘가 푸르른 산과 푸르른 나무들 그 뒤로 펼쳐진 저 파아란 하늘 바람아, 이 말을 그들에게 전해다오 내일도 그 다음날도 이곳에 머물러 주라고 _2022년, 달리는 버스 안에서

2024.03.28 rlagurco
수필 인디 지대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 유튜버는 비정기적으로 영상을 업로드한다. 그 주기는 꽤 길어서 나는 그의 영상을 이제 기다리지 않는다. 다만 알림이 뜨면 그저 반가운 마음으로, 간만에 마주한 오래 전의 단짝과 손을 마주 잡는 기분으로 영상을 클릭하고 음악을 듣는다. 삼십분에서 한 시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나는 그가 선물한 세상 안에 깊숙이 들어간다. 취향이 섬세하게 엮여 만들어낸 뜨개 이불 같이 나의 고단한 등을 받쳐주는 음악들이다. 그 음악들은 전부 비슷한 템포로 이어진다. 검정치마의 노래 가사처럼 '같은 템포 다른 노래인' 것이다. 변함 없는 음악의 결. 나는 단조와 장조 하는 음악 용어는 알지 못하지만 그 음악들이 어떤 템포를 가지고 서로의 손을 붙잡고 있는지는 안다. 그것은 늦봄 해변 한구석에 아무도 모르게 올라온 풀포기, 한여름 저녁 석양 너머로 부는 선선한 바람, 초가을 은행들이 익어가는 무던한 풍경, 한겨울 자정녘 교회 십자가 위에 쌓이는 소복한 눈의 템포다. 내게 음악의 템포는 삶의 템포다. 환절기 어느 날, 해가 뉘엿해지는 오후에 친구와 동네 카페에 마주 앉는다. 각자의 학교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일들을 속삭이듯이 이야기한다. 그럴 때 나는 탁자를 일정한 속도로 가볍게 두드린다. 그것은 눈앞에 놓인 식은 아메리카노의 템포이기도 그 순간 내 삶의 템포이기도 하다. 내가 듣는 음악들은 이런 삶의 템포와 나란히 걷고 뛰고, 또 종종은 넘어진다. 그리고 나는 이 질주의 속도가 맞닿는 순간 내가 듣고 있던 음악들을 모두 모아 보았다. 한 장르로 묶이기에 충분한 모임이었다. 인디 음악. 내가 사용하는 두 가지의 스트리밍 어플 중 하나는 나에게 '인디 애호가' 라는 별칭을 붙여주었다. 다른 하나는 나에게 릴렉싱 뮤직을 추천해준다. 나는 문득 내 삶과 자주 맞닿아 있는 인디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졌다. 모두가 애용하는 초록색 검색 엔진은 '인디 음악'을 이렇게 정의한다. ' 타인의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의 돈으로 직접 앨범을 제작하고, 홍보 역시 자신의 돈으로 하는 등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뮤지션을 인디 뮤지션이라고 하고, 이들의 음악을 인디 음악이라고 한다'. 거대 자본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는 것, 대중을 겨냥하지 않고 내가 바라는 것을 용감하게 한다는 것. 그러니까 인디는 작은 것, 주류와 일치하지 않고 조금 빗겨간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대체로 애호가들 사이에서 유달리 큰 애정을 받기 마련이다. 독립영화 에는 모두가 가진 것들을 고유하게 아끼는 미소가 나온다. 가만 보면 미소는 인디의 마음으로 위스키와 담배,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위스키는 그냥 술의 한 종류일 뿐이고, 담배는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기호 식품이며, 남자친구는 많은 사람들이 갖거나 가지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까 어디서든 회자되기 쉬운 이름들이라는 의미다. 그렇지만 미소의 위스키는 하루의 고된 일과 끝에 스스로를 위로하는 소박한 사치이고, 미소의 담배는 친구들과의 방탕하고 자유로웠던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간편한 타임머신이며, 미소의 남자친

2024.03.28
수필 내가 나로 숨쉰다는 것

어린 시절, 난 내가 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환경들은 오직 나를 위해 조성된 이들이고, 난 그저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당당하게 살면 된다고 믿었었다. 난 세상과 나자신을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며 유년기를 지나왔다. 어리기만 한 아이가 점점 나이를 먹어가며 하나 알게 된 사실은 그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많은 것들과 상충되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바로, 난 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며 나와 이 세상에 대해 무지한 한 인간이라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사실로서 다가왔지만, 사실은 전보다 나의 두눈을 더 감기게 만들었다. 도통 이 모든 현실이 받아들여지고 이해되지 않았다. 그 혼란속에서 어쩌면 나의 인생에 진정한 여정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충격과 두려움은 나의 머리 위를 덮는 어두운 나무의 그림자와도 같았다. 마치 키가 큰 나무옆에서 조용히 자라던 새싹이 키가 자라, 그 나무의 가지에 부딪치는 것처럼, 나또한 그순간 어떤 딱딱한 가지에 머리를 박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더이상 내가 중요하거나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사라졌다. 더이상 내가 자유롭고 행복한 미래를 갖을 수 있다는 소망도 사라졌다. 대신 나의 성장과 미래를 가로막는 어두운 철장벽과 그늘진 가지의 모습만이 남았다. 그 모습은 너무도 볼품없고 연약해 보였다. 무지라는 암흑속을 헤메다가 외로히 그 속에서 끝나고 마는 이미지가 나를 두르고 있는 것 같았다. 난 너무도 많은 것들을 모르고 있었고 내가 가진 것들은 오직 진리라는 거대한 퍼즐의 파편들 뿐이었다. 그 속에서 내게 다가오는 파편들은 하나같이 부정적이었다. 그 파편들은 잔인할 정도로 사실적이었고, 잔인할 정도로 나를 괴롭혔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사실들과 느껴지는 사실들은 절망의 구덩이를 향해 가리키고 있었다. 현재를 기준삼았을때, 현재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것만을 기준으로 받아들일때, 우리의 삶은 제한적이고 움츠려든 틀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가 만나는 어려움들이나 우리가 얼마나 무가치한 존재인지를 시위하는 여러 사실들은 이해하기 쉽다. 가시처럼 툭 쑤셔대며 우리의 마음에 통증을 일으키는 생각들은 우리의 기억에 선명히 그려진다. 그러나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 너머에 있는 더 큰 진리가 있다라는 사실을 믿을때, 우리는 그 믿음안에 도전하고 성장해나가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어떤 환경과 상황이든지 희망과 꿈을 품을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현재 마주하고 이해되는 것 이상의 것, 즉, 이해할 수 없지만 존재하는 더 큰 진리가 우리의 인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삶을 살며 때로는 현실에 부딪치고 키가 큰 나무의 가지에 머리를 박게 되는 경험들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어두움과 고통속에서 피어나는 내면의 힘이란 믿음이며 신뢰이다. 그 어두움 속에서 피어나는 서광과도 같은 희망은 우리의 인생을 무지안에 갇힌 삶이 아닌, 그 무지속에서 붙들어지는 새로운 내일의 세계로 인도한다. 내가 내일을 기대하며 붙드는 그것이 무엇일까

2024.03.27 위다윗
시인의 진리

시는 소리없는 울음시는 타오르는 열정시는 빛나는 기쁨시는 소망과 절망의 잡기놀이시는 높은 곳을 향해 올려지는 찬송시는 낮은 땅을 감싸는 큰 품그렇기에 시는 모든것에 울림을 느끼고 모든것을 울릴 수 있는 음없는 노래다시인은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 신을 부정하지 않으며시인은 너무 작고 초라한 들풀들을 짓밟지도 않는다시인은 자신의 위와 아래의 그 모든 생명들을,모든 생명의 원인과 모든 생명의 결과들을,존중한다 시는 생명속에 무한한 울림으로 태어나사랑속에 완전을 이루는 노래이다그렇기에 진정한 시인들은 언제나 이 진리를 가슴으로 안다바로 “시는 생명을무시는 죽음을”이라는 진리를.

2024.03.27 위다윗
송도에서 살아봤는데요

송도는 국제도시랍니다국가주관 계획도시랍니다그래서 소박한 원룸 골라잡고영어만 사용한 학교 다니면서살아봤는데요송 사리마냥 학우 사이 헤엄쳐 다녀보기 도송 송 구멍뚫린 외국음식 먹어보기 도송 간 사이 지나면서 거미줄에 걸려보기 도송 곳 자전거 바퀴에 박혀 땀흘리며 빼내기 도송 공하며 이 이야기 사람들에게 떠벌리기 도해봤는데요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도 광활하여심신을 벼려내도 아무래도 외로워서두 글자 사이가 이렇게나 먼데송은 기릴 송자요 기억함이고도는 온도의 도자요 따뜻함인데기억하던 온기가 이렇게 먼가?서러워서 부모님 집 생각하니 벌써 끝나는 겨울이번에는 두 글자가 꽤나 가깝습니다.

2024.03.27 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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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jang
공지사항 [이벤트] 2024 문장웹진 보물찾기

2024 문장웹진 보물찾기 이벤트 나만 알고 싶은, 다시 보고 싶은 문장웹진의 작품을 모두에게 소개해주세요! ㅇ이벤트기간 : 2024. 1. 2 ~ 1. 31. ㅇ당첨자발표 : 2월 중순경(당첨자 개별연락) ㅇ이벤트경품 :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9명) ㅇ참여방법 1) 설문조사 링크 접속(▶https://naver.me/5XTVOjIu) 2) 최근 5개년 문장웹진의 작품 중 2024년에 다시 소개하고 싶은 작품과 그 이유 입력 3) 나머지 항목 입력 후 설문 폼 제출 ㅇ문의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부 문학광장 담당자 061-900-2337, 2323 ※ 당첨자가 고른 작품과 그 이유는 추후 문장웹진 커버스토리에 소개될 수 있습니다. ※ 문장웹진 과월호 보는 방법 : 문학광장>문장웹진>이전호보러가기(첨부 이미지 참고)

2024.01.02
공지사항 제41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글제 이벤트 선정자 안내

2023.10.16
공지사항 제41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수상자 발표

2023.10.12
공지사항 제1회 마로니에 온라인 초간단 백일장 결과 안내

안녕하세요.제1회 마로니에 온라인 초간단 백일장 수상자를 아래와 같이 공지합니다.마로니에 초간단 온라인 백일장은 처음 개최하는 백일장임에도 불구하고, 총 171명의 작가님께서 참여해 주셨습니다.응모해 주신 모든 작가님들께 감사드리며, 향후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감사합니다. ■ 대상 (1명) ■ 공감상 (5명) ■ 소통상 (15명) * 선정되신 작가님께는 순차적으로 연락드릴 예정입니다.** 선정된 작품은 추후 작가님과 협의를 통해 문학광장 홈페이지에 게시될 예정입니다. *** 상장 및 시상금(온누리상품권)의 경우 10월 16일 이후 1개월 이내 발송·지급 예정이며, 수상 이후에도 이의제기(저작권, 표절 등) 관련 문제가 발생하여, 문제가 사실로 판명될 경우 수상 취소 및 시상금을 반환 처리할 수 있습니다. ☎ 문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부(061-900-2326)

2023.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