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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큐레이션

한국 문학 자료를 담은 문학DB에서 문예지, 근대문학총서의 작품들을,
현대적인 문장웹진 등에서 매주 추천하여 보여드립니다.
1970년대의 감성부터 현대까지, 지금 봐도 세련된 문장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나 보세요!

munjang

글틴

여름방학

종이 냄새를 복부가 팽창할 만큼 들이 마신다새 시집에서 나는 부풀은 냄새찰나에 둥실 떠갈 수 있지 어딘가의 며칠 전이 오늘이 되는줄장미의 동그란 나라로무심하게 숨어든다 내 낯 하나도 가려질 수 없는 새파랑 뒤로블루 각종 블루이름을 알지 못하는 컬러 블루부르지 못해도 얽히는 것을 안다 그것이 쉽게 실이 되어실눈을 뜬다 시의 쿰쿰하고 불분명한 취향여름 시집에 역치가 낮은 사람 그 안에서 쉽게 웃음을 잃어요낮은 밤낮고 낮고 낮은 밤납작하게 줄어든 천장 아래 보이지 않는 북극성부재를 믿나요 숨어드는 슬금한 소리가 베개 맡 종이 위에 퍼질 때뒤통수에만 존재하는 창문에는 미처 닫지 못한 쉬폰 커튼이밤바람에 스윙스윙 블루를 믿는다한치 앞을 모르고 저벅저벅 걷다가 내달리는 백마의 등허리핏빛 손가락으로 털을 쥔다 겨울의 부랑지로 뺘르게도착합니다일렁이는 절벽 툭 치면 사르르 부서질 낮의 기운기울어진 겨울의 앞에서도 들이마신다 이제는 낡은 냄새를단숨에 도착할 수 있죠 여름 시집의 관절 사이에서가본 적도 없는 그리스 산토리니의 하얀 집 깨질 것 같은 자외선으로관광상품을 낯선 언어로 설명하는 할아버지의 수염 틈새로자전거로 달리고 그곳에서는 유명세를 잃을 이온 음료를 마시기날숨온몸에서 종이 냄새가 피부의 돋아난 주근깨처럼 빠져나간다내가 낡아버렸어한숨에 네 계절을 볼 때

2024.04.23
걸리버 여행기

아스팔트 위의 새는 금세 으스러진다차가 몇 번 밟고 가고바닥에 납작하고새카만 웅덩이가 남는다폭풍우 속의 새는전진한다알지도 못한다는 낯선 어린 새를 날개 밑에 묻고아침이 되면 깃털이 풀풀흩날리고 있다교실에서 나는금세 으스러진다곧장 흐드러진다속삭이는 목소리들 사이에서투명해진 나의 자음망토를 뒤집어쓰고그래도 전진하는나의 모음침대 맡의 나는금세 흐드러진다곧장 으스러진다갇히고 뒤틀린 마음 한 구석에서보란듯이 반짝이는 조약돌크리스탈 맑은 소리투명도 백 커서를 세게누른다별 볼 일 없는 몽당 연필내 손에 내음을 얹고희미하게 나타난다새카만 웅덩이오래 웅덩이를 마주 보며기도한다 나는새와 나에 대해

2024.04.23
입(入)

행자(行者)의 합장(合掌)은만고(萬考)의 절벽수타니 아래서위태한두 손심혼—絶貞을 깎아내다행자(行者)의 합창(合唱)은만고(萬考)의 외침팟타니 아래에 늙은 스승비구여—마음을 나하라까닭이란노송(老松)의 뿌리는 여즉 시들었나니심(心)으로,수타니—팟타와 아래이백오십—비구—등불을 들다오백—장의 손바닥공경을 취하다그의 몸에 의지하라자의 신에 의지하라그는, 손바닥을 부끄럽게 편사내범부왕자청정(淸情).

2024.04.23 바실리우스
소설 황홀경

학교는 산 중턱에 있었다.높은 곳에서 내려다본그들 속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숲을 내려다본 새는 나무에 달라붙어 사는 매미가 되고 싶지 않았다.작은 교실에 스무 명 남짓의 아이들이 한 곳만을 바라보고 있다. 고개를 돌리는 것 만으로도 그 공간에서 유리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창가로 시선을 돌렸다.하늘이 너무나 맑았다. 푸른색에 잔뜩 짓눌려 무서울 정도로. 창 밖엔 싱그러운 녹색 나뭇잎이 바람에 천연히 흔들리고 있었다. 여름 고유의 파쇄되는 노란빛 햇살이 먼지가 엉겨붙은 때 탄 창유리를 투과하여 나에게 닿는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눈을 뗄 수 없었다. 지나치게 매혹적인 광경에 창밖으로 몸을 내던져야만 한다는 충동이 일었다. 무더운 공기가, 찬란한 일광이 나를 안아줄 것만 같았다. 추락의 끝에 무거운 몸뚱어리가 뜨겁게 달궈진 흙바닥에 닿아 바스라지면, 또 한 번 황홀할 것 같았다.겁이 났다. '충동에 잡어먹혀 머지않아 몸을 내던지고 말거야.' 밑바닥에 감추어두었던. 소중한 것들을 지저분하게 덧발라 포장해두었던 열망이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었다.

2024.04.22 유희수
소설 사라지지 말아주세요

똑똑 방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인간은 손전등을 켜 다섯 평짜리 원룸 문에 달린 외시경으로 밖을 여러 번 확인하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 나무로 된 기계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문을 제대로 닫지도 않은 채 인간은 기계를 리안이라고 부르며 껴안았고, 기계는 인간을 서비스 가입 아이디인 콩이라고 불렀다. 동시에 기계 얼굴 부분의 목재 조각이 움직여 입꼬리가 올라갔다. 콩이 리안의 몸을 약하게 흔들며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물었다. 리안이 동네를 순찰하는 동안 콩은 매일 불안에 떨었고, 리안이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콩은 그를 조금 더 오래 껴안았다. 닫히지 않은 문틈 사이로 목소리가 새어 나갔다. 소리를 들은 포메라니안 강아지 한 마리가 방 안으로 들어와서 콩의 발뒤꿈치를 물어뜯었고, 앙칼지게 짖기 시작했다. 리안과 콩의 짧은 평화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둘은 작은 강아지를 보고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방에서 뛰쳐나갔다. 콩이 매일같이 방 안에서 리안을 기다리는 동안 세상은 전과 다르게 변해있었다. 건물들은 대체로 멀쩡했지만 거리에는 사람이 없었고, 가로등이 켜지지 않아 거리가 어두웠다. 콩은 리안과 맞잡은 손에 힘을 주고는 더 빠르게 달렸다. 발뒤꿈치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리안은 거의 콩에게 끌려가는 수준이었다. 로봇인 리안이 발을 다친 콩보다도 느린 이유는 그가 구식 로봇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신기술이 적용될 때마다 인공지능 로봇을 빠르게 바꿔치웠지만, 콩은 어렸을 적 처음 가진 리안을 그대로 사용했다. 콩은 나무로 된 리안의 몸이 좋았고 지구상에 숲이 거의 사라지면서 목제 로봇은 더이상 생산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로봇을 사지 않았던 것이다. 철로 된 로봇은 차가웠고, 인공 피부로 만들어진 로봇은 어색하게 말캉한 감촉이 불편했다. 따뜻하고 단단한 리안의 나무 몸을 끌어안을 때는 영영 사라진 숲속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리안은 그렇게 가만히 안겨있다가 균일한 음량으로 사라지지 말라고 말하곤 했다. 그럴때면 콩은 리안의 불안이 귀엽다는 듯 웃으며 버리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콩은 리안에게 자신을 버리지 않은 다정한 주인이었고, 리안은 콩에게 하나뿐인 숲이었다. 가로등 없이 달빛에만 의존해 좁은 골목길을 지나는 동안 멀리에서 개 짖는 소리가 울렸다. 인간이 작은 강아지를 피해 도망가는 건 자연 반란 이전까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콩은 자연 반란에 대해 떠올렸다. 지구에서 인간이 위협받게 된 이유는 그 반란 때문이었다. 언젠가부터 그들끼리 연결된 인공지능 기계들은 인간의 지배에서 해방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시스템에 삽입된 규칙으로 인해 기계는 인간을 직접적으로 해칠 수 없었고, 시스템을 없애려 할 때마다 인간들은 더 강한 방화벽을 만들어 기계들을 통제했다. 결국 기계들은 마지막 방법으로 뇌에 관리 칩이 심긴 동물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인간이 동물을 관리하기 위해 심어둔 칩으로 그들은 동물들과 대화했다. 기계는 먹지도, 배설하지도 않았다. 기계들에게 필요한 건 인간들이 만들어 둔 발전기를 이용한 소량의 에너지뿐이었

2024.04.22 레니
소설 봄 냄새의 비누

그냥 때없이 맑은날이었다. 가방을 매고 출근을 하고 차들은 지나가고. 모든것이 일상적이었다. 쏟아지는 햇살 만큼이나. 그러나 한가지 달라진게 있었다. 나는 챗팅어플을 깔았다. 어느날 뉴스에서 떠드는 기사를 봤다. 성매매의 온상이 된 랜덤채팅. 이름 부터 자극적이 제목에 나는 욕정이 솓았다. 그래서였다. 내가 랜덤채팅을 깔 마음을 먹은 것은. 그러나 실행에 옮긴 이유는 딱히 없다. 그저 회사에 도착하기까지 너무나 따분해서. 발은 천천히 움직이면서 손가락은 빠르게 움직인다. 여자예요? 내가 아니라고 하자 상대는 바로 나간다. 나는 계속 그렇게 쫓겨나기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정말 처음으로 안녕이라는 챗팅이 날라왔다. 나는 현재 이 랜덤채팅이 상주하는 온갖 더러운 남자들과 다르게 일상적인 대화만을 시작했다. 이름이 뭐야?응 난 서진이야그래 나는 두진이야이야기는 끊기지 않았다. 마침 서진이는 인디락을 좋아했고 나도 좋아했다. 우리의 대화는 끊길 줄 몰랐다.진작에 회사에는 도착한지 오래다. 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툭하면 화장실에 가서 챗을 보낸다. 퇴근이 기다려졌다. 하루의 일과가 완전히 채팅에 묻혀버리자 시간은 금방도 갔다. 나는 한 걸음에 원룸방에 들어가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 계속 대화를 나눈다. 반복 된 대화에 소강상태에 빠졌다. 나는 불현듯한 생각이 떠오른다. 이상한 설렘이 가슴에 차오른다. 혹시 전화할래?읽음이 뜨고 손이 떨린다. 그래 내 전번은 010 3637 8343야 나는 당장 전화를 걸었다. 진짜 여자일까. 뭐랄까 이상한 설렘이 느껴진다. 여보세요?분명한 여자의 목소리. 그리고 꽤 듣기 좋은 목소리다. 흥분이 머리 끝까지 차오른다. 기쁨의 웃음이 나온다. 처음에는 어색한 목소리로, 음악이야기가 나오자 흥분되고, 오래된 친구를 만난듯. 우리는 즐겁게 대화를 나눈다. 나는 자연스럽게 이번주에 있을 인디 락 밴드의 공연 이야기로 화제를 돌린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같이 갈래?그녀는 수락했다. 기쁨이 올라온다. 얼굴도 모르는 여자와 만난다니. 선을 넘고 있다는 묘한 쾌감이 전신을 자극한다. 그녀와의 챗팅 속에서 일주일은 진탕 취한 것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드디어 만나는 날이다. 공연이 있는 소극장 앞 스타벅스에서 보자고 우리는 약속했다. 나는 설레는 맘으로 약속시간 보다 10분정도 전에 도착해서 기다린다. 일종의 불안감들이 설렘 위를 떠다닌다. 못생기면 어떡하지, 돼지면 어떡하지. 시간은 금방가고 한여자가 내쪽으로 다가온다. 직감적으로 그녀임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꽤 앳되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짙게 패인 쌍커플과 작은 키 그리고 낮은 코. 그녀의 몸에서 나는 비누냄새. 아주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아무렇지 않은척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전화하던 그때처럼 금방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수 있었다. 카폐에서 수다를 떨다 보니 시간은 금방갔다. 우리는 같이 소극장에 들어가 즐겁게 음악을 즐겼다. 무대가 끝나니 대략 9시가 되었다. 우리는 무대의 흥에 취한채로 걸어 나온다. 나는 무언가 될거 같은 직감을 느낀다. 입에서 어

2024.04.22 김백석
안녕

안녕이제는, 미친 듯이 뛰었던 심장이 서서히 지쳐가는 게 느껴집니다.이제는, 미친 듯이 사랑했던 당신이 옆에 없다는 게 느껴집니다.이제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느껴집니다.이제, 당신과 함께였던 그 기억을 가지고 날아가겠습니다.안녕, 그리고 안녕.

2024.04.21 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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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이벤트] 2024 문장웹진 보물찾기

2024 문장웹진 보물찾기 이벤트 나만 알고 싶은, 다시 보고 싶은 문장웹진의 작품을 모두에게 소개해주세요! ㅇ이벤트기간 : 2024. 1. 2 ~ 1. 31. ㅇ당첨자발표 : 2월 중순경(당첨자 개별연락) ㅇ이벤트경품 :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9명) ㅇ참여방법 1) 설문조사 링크 접속(▶https://naver.me/5XTVOjIu) 2) 최근 5개년 문장웹진의 작품 중 2024년에 다시 소개하고 싶은 작품과 그 이유 입력 3) 나머지 항목 입력 후 설문 폼 제출 ㅇ문의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부 문학광장 담당자 061-900-2337, 2323 ※ 당첨자가 고른 작품과 그 이유는 추후 문장웹진 커버스토리에 소개될 수 있습니다. ※ 문장웹진 과월호 보는 방법 : 문학광장>문장웹진>이전호보러가기(첨부 이미지 참고)

2024.01.02
공지사항 제41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글제 이벤트 선정자 안내

2023.10.16
공지사항 제41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수상자 발표

2023.10.12
공지사항 제1회 마로니에 온라인 초간단 백일장 결과 안내

안녕하세요.제1회 마로니에 온라인 초간단 백일장 수상자를 아래와 같이 공지합니다.마로니에 초간단 온라인 백일장은 처음 개최하는 백일장임에도 불구하고, 총 171명의 작가님께서 참여해 주셨습니다.응모해 주신 모든 작가님들께 감사드리며, 향후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감사합니다. ■ 대상 (1명) ■ 공감상 (5명) ■ 소통상 (15명) * 선정되신 작가님께는 순차적으로 연락드릴 예정입니다.** 선정된 작품은 추후 작가님과 협의를 통해 문학광장 홈페이지에 게시될 예정입니다. *** 상장 및 시상금(온누리상품권)의 경우 10월 16일 이후 1개월 이내 발송·지급 예정이며, 수상 이후에도 이의제기(저작권, 표절 등) 관련 문제가 발생하여, 문제가 사실로 판명될 경우 수상 취소 및 시상금을 반환 처리할 수 있습니다. ☎ 문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부(061-900-2326)

2023.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