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에 꽃을 품는 나무
- 작성일 2005-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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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338
몸속에 꽃을 품는 나무
오래된 집에 겨울이 오면
한동안 꽃 피우지 못한 등 굽은 나무
손마디 뚝뚝 꺽으며 으스러 진다
호기심 많은 바람이 가지를 들출 때마다
둥지를 튼 새들은 비명을 지른다
칼바람소리 집안 장지문살을
갈기갈기 찢기 시작하면
나무들은 더 깊이 뿌리를 내린다
얼굴에 한번도 웃음꽃 피우지 못한
아버지, 바싹 마른 나무인 듯 바람의 방향으로
힘줄 툭 불거진 손을 흔들어
방뚝이 꺼질 듯한 한숨
때 늦은 낙엽이 되어 쌓여만 간다
꽃을 피우지 못한 나무
죽은 나무라며 베어 버린다
살비듬처럼 아버지 떠난 자리에 수북한 톱밥
제 생을 키우지 못하고 나이테 속에
몸속에 꽃을 품고 있던 나무,
손끝으로 나이테의 길을 따라가 보면
꽃 한송이 서서히 피어오른다
집안 가득
연기꽃이 서서히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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