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
- 작성일 2006-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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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
커피 물을 끓이려고 부엌 불을 켰더니 민달팽이 한 마리가 가스렌지 위에 올라와 날 기다린다. 못 본척 주전자를 얹으니 그새 물음표 모냥 몸을 구부렸다. '죽일거니?, 살려줄거니?' 내가 묻는지, 저 놈이 묻는지 생각하다 '소금을 뿌릴까? 뜨거운 물을 부을까?' 하는 생각은 달아나고, 집 없어 서러운 고단함에 소금은 뿌리지 말자고, 손때 묻은 커피잔에 서둘러 물을 부었더니 내게 묻던 그 놈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무래도 그 녀석은 지나다 쉬는 길에 '뭘 보니?' 라고 물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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