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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

  • 작성일 2010-03-17
  • 조회수 269

왁자지껄

 

 

인적이 드문 산길을 올랐다

일에 지친 심사를 놓은 걸음이

알바가지씩 쏟아지는 이슬에 축축하다

보라색 달개비, 갓 핀 구절초, 쑥부쟁이 꽃들이

은거(隱居)를 지내고

밤마다 무슨 사연을 들었는지 흠뻑 젖은 달맞이꽃

노란 꽃들이 아직 접지 않는 꽃에서

퍼내고 있는 말, 쓰리람 쓰리람

쓸어 담는 玉篇이 맑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섬섬옥수 같다

얇디얇은 날개를 잔뜩 제쳐 들고는

허공에 쏟아 붓는 소리가

새벽 산길을 차지하고 낭창낭창 마을로 끌어내는

상아빛 단단한 절창이 한참 진행 중인 산길

침입한 발걸음이 촉촉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