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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값 인하를 촉구한다

  • 작성일 2005-06-03
  • 조회수 422

 

담배는 가난한 이를 위로하는 신의 은총이다.

5월 23일 밝힌 보건복지부 방침에 따르면 7월부터 담배값 500원이 인상될 예정이다. 지난 연말에 오백원이 올랐으니 반년의 시차를 두고 천원이 오른 셈이다. 가격압박 정책을 매우 강하게 쓰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단기적인 흡연률 감소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부모에게 용돈을 타 쓰는 청소년 흡연자에겐 큰 타격임이 분명하다. 지나가는 학생들의 주머니에 기대 사는 동네 깍두기의 수고도 그만큼 늘어날 테고.  
  
허나, 담배는 중독성 강한 기호식품이다. 서너달 지나면 흡연률은 원래대로 복귀한다. 그렇게 되면 올 연말쯤 TV시사토론 시간에는 '담배값만 올렸다'는 국민비난이 압도적으로 많아질 게 자명하다. 벌써 물가상승 영향을 상당히 주었다는 통계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더욱이 담배값을 기준으로 상품가격을 따지는 가난한 흡연자는 그만큼 생활용품 소비를 절약할 테고, 재래시장 등 서민들이 이용하는 상점의 경기회복에도 적지 않게 지장을 줄 것이다.

우리는 목소리 큰 문화예술인단체에 이어, 또 한편에서 터져나온 일군의 외침을 기억하고 있다. 작은 경기변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네 슈퍼마켓이 바로 그들인데, 전국 15만여 담배판매점의 모임인 한국담배판매인중앙회는 '담배값 인상을 강행할 경우 담배판매를 중단하겠다'고 4월 12일 밝혔다. '금연이 목적이라면 담배 판매인 지정제도를 더욱 강화해 담뱃가게를 줄이고, 현행제도를 준수하도록 감시만 해도 충분한 성과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이기에,

“지난 해 담배값이 오른 뒤 전국 7천여개 담배소매상이 매출감소를 겪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담배값 인상으로 담배 매출이 또 줄면 영세한 동네 슈퍼마켓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아주 생생하다. 얼핏, 이들의 입장에 서서 다시 담배를 피워주는 것이 인간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개인의 건강과 상충하는 것이기에 마음 아파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정부의 담배값 인상정책이 서민의 요구와 무관한 것임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사례임은 분명하다. 

각종 논거를 들이대며 이러쿵저러쿵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지 않겠다. 정부당국이 담배값 하나만이라도 가격부담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부탁이다. 그것이 서민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금연유도 정책에서 파생되는 부작용을 미연에 막는 요령이라 믿는다. 아무리 내리눌러 봐도, 담배를 유일한 다솜으로 알고 사는 애연가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하는 항심이 마음 밑바탕에서 불쑥불쑥 일어나는 걸 제어할 수 없다. 인간관계에 치여 사는 중에 가장 편안했던 러브홀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