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인,「조이미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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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미용실

 

                                                     

김 명 인(낭송: 본인)

 

 

 

늦은 귀가에 골목길을 오르다 보면
입구의 파리바게트 다음으로 조이미용실 불빛이
환하다 주인 홀로 바닥을
쓸거나 손님용 의자에 앉아 졸고 있어서
셔터로 가둬야 할 하루를 서성거리게 만드는
저 미용실은 어떤 손님이 예약했기에
짙은 분 냄새 같은 형광 불빛을 밤늦도록
매달아놓는가 늙은 사공 혼자서 꾸려나가는
저런 거룻배가 지금도 건재하다는 것이
허술한 내 美의 척도를 어리둥절하게 하지만
몇십 년 단골이더라도 저 집 고객은
용돈이 빠듯한 할머니들이거나
구구하게 소개되는 낯선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소문난 억척처럼
좁은 미용실을 꽉 채우던 예전의 수다와 같은
공기는 아직도 끊을 수 없는 연줄로 남아서
저 배는 변화무쌍한 유행을 머릿결로 타고 넘으며
갈 데까지 흘러갈 것이다 그동안
세헤라자데는 쉴 틈 없이 입술을 달싹이면서
얼마나 고단하게 인생을 노 저을 것인가
자꾸만 자라나는 머리카락으로는
나는 어떤 아름다움이 시대의 기준인지 어림할 수 없겠다
다만 거품을 넣을 때 잔득 부풀린 머리끝까지
하루의 피곤이 빼곡히 들어찼는지
아, 하고 입을 벌리면 저렇게 쏟아져 나오다가도
손바닥에 가로막히면 금방 풀이 죽어버리는
시간이라는 하품을 나는 보고 있다!

 

 

-『파문』, 문학과지성사, 2005(2005년 4분기 우수문학도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미용실입니다. 가까운 곳에서, 동네 근처에서 만나는 미용실입니다. 억척스럽다고도 하고, 천일낮밤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려주던 『아라비안나이트』의 세헤라자데처럼 쉴 틈 없이 떠들어 대기도 하는 여자. 늦게까지 홀로 바닥을 쓸거나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여자.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여자입니다. 아날로그 여자. 혼자 노 젓는 늙은 뱃사공 같은 여자. 변화무쌍한 세상에 유행의 머릿결을 타고 넘으며 고단하게 인생을 저어가는 여자. 어느새 이웃이 되어 있는 여자. 그 여자 건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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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년 5 개월 전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의 흐름과 길어지는 머리카락 그 머릿결 위에서 노저어가는 미용사의 고단함 세월의 묵은때 지나간 시간들의 허무한 대화들과 지금까지의 노고들이 묻어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보통의 삶을 잘 그려내고 있는 듯 하다.

Anonymous
10 년 1 개월 전

새로 이사 온 동네 골목길을 구경하며 걷다가… 간판에 '조이미용실'을 발견했어요. 사실, 낭송해주시는 작가님의 말소리가 귀에 설어서 끝까지 듣지 못했는데.오늘 일부러 찾아 듣습니다. 완청하기는 처음이네요^-^* 아직 시를 대하는 마음이 많이 부족함을 알겠습니다. 문학광장여러분 고맙습니다.

9 년 2 개월 전

흠,,, 우리들의 삶의 모습인거 같아 공감이 많이 되고 왠지 친숙한 느낌이 드네요. 그리고 우리의 주변에 그냥 지나쳐가는 것들 하나하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거 같아요. 그리고 사람들의 하루하라의 노고와 삶과 시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시인거 같습니다.

8 년 8 개월 전

타인의 머리로 예술적인 미를 표현하는 직업은 예술인이며 그 인생이 고단하기도 하다

박한라
8 년 4 개월 전

우리 교수님…^^ 역시 최고!

7 년 9 개월 전

좋은 미용실의 시 잘 감상했습니다.

장희원
5 개월 24 일 전

우리집 주변 골목에도 조이미용실이라는곳이 있어서 그곳을 상상하면서 들으니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었고 사회인들의 일상을 시로 표현한것 같아서 좋다.

11116이진원
5 개월 20 일 전

항상 학원이 끝나고 좁은 골목길을 걸으면 항상 불이 켜져 돌아가고 있는 미용실을 표시하는 표시가 늘 친숙해서 이 시를 읽으면서 더 공감하게 된 것 같네요. 어렸을땐 아주머니들이 얘기하는 소리가 듣고 싶어 가는게 기대 되었던 미용실, 늘 밤에 학원이 끝나고 늦게 가면 졸리셔도 머리를 정성껏 잘라주시던 아주머니가 이 시에 회상이 되네요.그런데, 최근에 대형프랜차이즈 미용실에 밀려 하나둘씩 사라지는 지역 미용실이 사라지는것이 미용실 뿐만 아니라 어린시절의 나의 추억과 정이 없어지는 것만 같아 안타깝고 서글픈 뿐입니다. 오랜만에 어린 시절을 회상할 수 있었던 좋은 시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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