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승하(낭송: 도종환)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문학사상

그래요, 우리가 잊고 있었어요. 늙으신 어머니도 그 발로 걸음마를 배우고 고무줄놀이를 하셨지요. 어머니에게는 어린 날도 수줍고 고왔던 날도 없는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온 거지요. 우리는 언제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렸던가요.

 

문학집배원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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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마을

저도 가끔 친정엄마의 손톱발톱을 깎아드릴때가 있습니다. 저에게 당신손발을 내어 맡기시는 모습이 문득 낯선느낌이 들때가 있습니다..늘 제가 당신께 기대살았기에~~~

10104김도윤

이 시의 제목이 나를 클릭하게 만들었다. 이 시를 읽는동안 나는 나의 어릴적 이야기가 떠올랐다. 옛날에 엄마 발에 있는 굳은살을 보고… 더보기 »

김재호10607

정말 어머니에대한생각을 다시한번 하게되고 또 다시한번감사하게되었다 나이가든다는것은 정말 어쩔수없는 일같고 더 나이드시기전에 효도를 해고 나중에 더 후회없을 정도로 효도를하고 얼마나… 더보기 »

강준우10101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 드리며'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어머니의 발톱을 한번이라도 깎아드린 적이 있을까? 아니, 막상 생각해보니 나는 어머니의 발톱은…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