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봉,「자연 도서관」



자연 도서관

 

                                                  

배 한 봉(낭송:고은주)

 

 

부들과 창포가 뙤약볕 아래서
목하 독서중이다, 바람 불 때마다
책장 넘기는 소리 들리고
더러는 시집을 읽는지 목소리가 창랑滄浪 같다
물방개나 소금쟁이가 철없이 장난 걸어올 때에도
어깨 몇 번 출렁거려 다 받아주는
싱싱한 오후, 멀리 갯버들도 목하 독서중이다
바람이 풀어놓은 수만 권 책으로
설렁설렁 더위 식히는 도서관, 그 한켠에선
백로나 물닭 가족이 춤과 노래 마당 펼치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가 깊어가고
나는 수시로 그 초록 이야기 듣는다
그러다가 스스로 창랑滄浪의 책이 되는 늪에는
수만 갈래 길이 태어나고
아득한 옛날의 공룡들이 살아 나오고
무수한 언어들이 적막 속에서 첨벙거린다
이때부터는 신의 독서 시간이다
내일 새벽에는 매우 신선한 바람이 불 것이다
자연 도서관에 들기 위해서는
날마다 샛별에 마음 씻어야 한다
 

 

– 배한봉 시집 『우포늪 왁새』(시와시학사, 2002)

오늘은 환경의 날입니다. 우포늪의 부들과 창포 사이로 바람이 불 때마다 화자는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낍니다. 창랑, 즉 푸른 물결 소리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도 여름 늪이 전해주는 초록 이야기를 들어보셨는지요? 아름다운 자연이 책보다 더 많은 것을 주는 자연 도서관이라고 느껴보신 적이 있는지요?

 

문학집배원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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