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물가에서의 하루」



물가에서의 하루

 

 

천 양 희(낭송: 김미애)

 

 

하늘 한쪽이 수면에 비친다 물총새가 물 속을 들여다보고
소금쟁이 몇개 여울을 만든다 내가 세상에 와
첫 눈을 뜰 때 나는 무엇을 보았을까 하늘보다는
나는 새를 물보다는 물 건너가는 바람을 보았기를 바란다
나는 또 논둑길 너머 잡목숲을 숲 아래 너른 들판을 보았기를
바란다 부산한 삶이 거기서 시작되면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바라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다 산그늘이 물 속까지 따라온다 일렁이는
물결 속 청둥오리들 나보다도 더 오래 물 위를 헤맨다 너는
아는구나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 물이라는 걸 아는구나 오늘따라
새들의 날갯짓이 훤히 보인다 작은 잡새라도 하늘에다 커다란
원을 그리고 낮게 내려갔다 다시 솟아오른다 비상! 절망할 때마다
우린 비상을 꿈꾸었지 날개가 있다면…… 날 수만 있다면…… 날개는
언제나 나는 자의 것이다 뱃전에 기대어 날지 않는 거위를
생각한다 거위의 날개를 생각한다 물은 왜 고이면 썩고 거위는
왜 새이면서 날지 않는가 해가 지니 물소리도 깊어진다 살아 있는
것들의 모든 속삭임이 물이 되어 흐른다면…… 물소리여 너는 세상에 대해
무엇이라 대답할까 또 소리칠까 소리칠 수 있을까

 

 

– 천양희 시집 『너무 많은 입』(창비, 2005)

물가에서 하루를 보내며 많은 생각을 합니다. 첫 눈을 뜰 때 나는 새와 물 건너가는 바람을 보았기를 바랍니다. 나는 새를 보며 우리가 꿈꾸던 비상과 날개에 대해 생각합니다. 고이면 썩는 물과 날지 않는 거위를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첫 눈을 뜰 때 무엇을 보았을까요. 여러분은 지금 고여 있는 물이거나 날지 않는 새는 아닌지요.

 

문학집배원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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