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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선,「사랑하는 별 하나」

  • 작성일 2006-08-28
  • 조회수 7,508



사랑하는 별 하나

 

이성선(낭송 : 윤미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 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둔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물방울 우주』(황금북)

누구나 되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그 많은 것 중에 별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고, 들꽃이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그 역시 눈빛이 별같이 맑고, 들꽃처럼 환하게 웃어주는 사람일 겁니다. 그대가 갖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요. 아니 그대는 곁에 있는 사람에게 어떤 사람으로 있는지요?

 

문학집배원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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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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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관리자
  • 201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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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건

  • 11112손범진

    이성선 시인님의 「사랑하는 별 하나」는 간단하고 순수한 시어들을 사용하여 시를 읽는 동안에 힐링이 되었습니다. 시를 읽으면서 '현재 나도 화자의 상황처럼 도무지 헤어 나올 수 없을 듯이 외롭거나 쓸쓸할 때, '별, 꽃' 이라는 존재같이 내 마음을 진심으로 알고 위로와 희망을 주는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릴 적 힘들었던 경험을 가졌을 때 한 명의 좋은 친구가 저를 진정으로 위로해 줘서 기분이 조금 괜찮아 졌고 지금까지 좋은 친구로 남아 있습니다. 이 경험을 살려, 앞으로는 우울해 하는 친구의 걱정거리를 잘 들어줘서 다른 사람들의 '별' 같은 존재가 되어 주고 싶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2018-05-31 11:08:05
    11112손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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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112손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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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31 10:55:07
    11112손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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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연10315

    이 시의 화자의 소망은 나와비슷하다. 누군가한테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고, 누군가를밝게 비춰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초등학교를졸업하고, 중학교를 입학하며 중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사람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고싶고 그 사람을 밝게, 웃게 해주고 싶었지만 고등학교를 올라올 때 까지 나는 이루지 못했다. 고등학교 3년동안은 잘할 수 있을까, 아니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나는 두렵고 떨리지만 이 시의 화자처럼 자신감을 갖고, 또 그 사람을 위하고 나를 위하여,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루고 싶다. 이 시를 보며 옛날 생각이 많이 나게된다. 이제 겨우 17살이라는 내가 이런 말을 한다니 웃기지만,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긴 하다. 그동안 아무것도 잘해주지 못한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해주는 시이다.

    • 2018-05-29 10:06:29
    이재연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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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재원 10409

    10409 유재원 이 시를 읽으면서 이 시에 나타난 '별이라는 존재가 나에게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별이라는 존재가 되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이 시에서 별은 다른사람을 비춰주고 외로울때 부르는 힐링되는 존재이다. 나는 다른 사람의 고민은 잘 들어주고 상담해주지만, 정작 나의 고민은 말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난 내 마음에 별이 되는 사람이 잇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으나 그건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나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별이되어 남을 밝혀준다면 그 사람도 별이 되어 나를 비춰줄 것이라고 믿고 내가 다른 사람을 비춰주는 가장 밝은 별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 2018-05-28 10:02:46
    유재원 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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