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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 작성일 2009-02-09
  • 조회수 6,851





?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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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한 계절에 한 번씩 두통이 오고 두 계절에 한 번씩 이를 뽑는 것
텅 빈 미소와 다정한 주름이 상관하는 내 인생!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나를 사랑한 개가 있고 나를 몰라보는 개가 있어
하얗게 비듬을 떨어뜨리며 먼저 죽어가는 개를 위해
뜨거운 수프를 끓이기, 안녕 겨울
푸른 별들이 꼬리를 흔들며 내게로 달려오고
그 별이 머리 위에 빛날 때 가방을 잃어버렸지
가방아 내 가방아 낡은 침대 옆에 책상 밑에
쭈글쭈글한 신생아처럼 다시 태어날 가방들
어깨가 기울어지도록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아직 건너 보지 못한 교각들 아직 던져 보지 못한 돌멩이들
아직도 취해 보지 못한 무수히 많은 자세로 새롭게 웃고 싶어

*

그러나 내 인생의 1부는 끝났다 나는 2부의 시작이 마음에 들어
많은 가게들을 드나들어야지 새로 태어난 손금들을 따라가야지
좀 더 근엄하게 내 인생의 2부를 알리고 싶어
내가 마음에 들고 나를 마음에 들어 하는 인생!
계절은 겨울부터 시작되고 내 마음에 드는 인생을
일월부터 다시 계획해야지 바구니와 빵은 아직 많이 남아 있고
접시 위의 물은 마를 줄 모르네
물고기들과 꼬리를 맞대고 노란 별들의 세계로 가서
물고기 나무를 심어야겠다

*

3부의 수프는 식었고 당신의 입술로 흘러드는 포도주도
사실이 아니야 그렇지만 인생의 3부에서 다시 말할래
나는 내 인생이 정말로 마음에 든다
아들도 딸도 가짜지만 내 말은 거짓이 아니야
튼튼한 꼬리를 가지고 도끼처럼 나무를 오르는 물고기들
주렁주렁 물고기가 열리는 나무 아래서
내 인생의 1부와 2부를 깨닫고
3부의 문이 열리지 않도록 기도하는 내 인생!
마음에 드는 부분들이 싹둑 잘려 나가고
훨씬 밝아진 인생의 3부를 보고 있어
나는 드디어 꼬리 치며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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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세계의 문학』2006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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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 낭송 - 이근화 :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함. 시집? 『칸트의 동물원』이 있음.

이근화의 시는 ‘꼬리의 상상력’이라고 불릴 만큼 순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들의 기미를 포착하는 데 날렵한 감각을 보여줍니다. “튼튼한 꼬리를 가지고 도끼처럼 나무를 오르는 물고기들”처럼 그의 꿈은 다소 엉뚱하고 낯설기도 하지요. 그러나 미지의 대상을 향해 경쾌하게 꼬리를 흔들며 가는 유영이 저는 마음에 듭니다. 어깨가 기울어지도록 내 인생을 마음에 들어 하는 이유가 내가 아직 만나지 못한 존재들 속에 남아 있다는 것도.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이 유쾌한 주문을 몇 번이고 외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내 인생은 나를 마음에 들어 할까?

 

2009. 2. 9. 문학집배원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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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건

  • 장원준 10216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나의 인생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이 시를 읽게 되었다. 사실 제목을 보며 제목처럼 긍정적으로 성찰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읽게 되었는데, 예상과 달리 어색한 표현들로 이해하는데 오래 걸렸다. 인생을 3부로 나누기도 하고 튼튼한 꼬리를 가진 도끼처럼 나무를 오르는 물고기들이라는 표현, 그리고 주렁주렁 물고기가 열리는 나무 아래 라는 표현 등 비현실적이고 처음 봤을 때는 ‘뭐지...... 내가 선택한 시가 맞나?’라는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엉뚱하고 낯선, 신선한 표현들이 아직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 될 수 도 있어 그거에 대한 기대와 예상을 나타내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푸른 별들이 꼬리를 흔든다는 활유법의 표현과 인생을 1부, 2부, 3부로 나눔으로써 순환적인 삶을 설명함으로써 우리가 사는 인생은 한 번이지만 마치 여러 번의 기회가 주어진 삶을 살 수 있으니 기대와 희망을 가지라는 느낌을 주었다. 이 시를 통해 그동안 풀리지 않는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한 인생을 마음먹기에 따라 여기처럼 기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2학기 중간고사에 있던 '하필이면'이라는 수필이 같이 떠오르며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앞의로의 인생의 명암이 떠올라 앞으로 최대한 긍정적으로 살기로 다짐했다.

    • 2018-11-05 08:58:37
    장원준 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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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감자꽃피는푸른별바다에꼬리치는물고기떼,언제나살벌하지만조금은따뜻한나는내인생이마음에들어

    • 2009-02-09 12:17:54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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