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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 「나비가 된 편지」

  • 작성일 2013-04-15
  • 조회수 3,526

빅토르 위고, 「나비가 된 편지」




아침 이슬 맺힌 장미꽃들에게 웃음짓는 것처럼
오! 어린 연인들은 저마다 꽃을 갖고 있구나.
꽃들은 부드럽고 넓게 떨리며 잎을 여닫고
재스민과 보랏빛 협죽도 안에서만
흰 날개들의 눈부신 펄럭임으로 오가는데
오 봄이여, 우리들이
달뜬 남자들로부터 생각에 잠긴 여인들에게로 가는
그 종이 위의 고백들, 호박단 위에 펜으로 쓴 사랑과 황홀,
열광의 메시지들, 사월에 받고 오월이면 찢어버릴
그 모든 편지들을 기다릴 때
흥겨운 바람에 실려 초원이나 숲, 물 위나 하늘로
날아가는 것들을 보는지요.
여기저기 영혼을 찾아 배회하고 맴도는 그것
여인의 입에서 피어나는 꽃을 찾아 달리며
향기로운 징표들로 나비가 되어 날아가는
저 작고 예쁘고 흰 조각들이여.

시_빅토르 위고 - 프랑스 낭만주의 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 정치가. 1802년 프랑스의 브장송에 태어났다. 첫 시집 『오데와 잡영집』(1822)으로 주목을 받은 이래, 희곡 「크롬웰」(1827), 시집 『동방시집』(1829), 소설 『어느 사형수의 마지막 날』(1829) 등을 발표하며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소설 『노트르-담므 드 빠리』(1831)는 위고에게 민중소설가로서의 지위를 굳혀 주었으며, 1841년에는 프랑스 학술원 의원으로 선출됐다. 그 뒤 위고는 10여 년간 거의 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정치 활동에 전념했고, 1848년 2월 혁명 등을 계기로 인도주의적 정치 성향을 굳혔다. 소설 『레 미제라블』(1862), 『바다의 노동자들』(1867) 등의 대표작을 남겼다다.


낭송_ 박지웅 - 시인.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2004년 『시와 사상』 신인상,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너의 반은 꽃이다』『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가 있다.


* 배달하며


19세기 낭만주의의 엑기스라고 할 만하게 아름답고 스케일이 크다. 자연과 인간이 총체적으로 움직인다. 자연도 사랑을 하고 사람들도 사랑을 한다. 그 사랑들이 서로 뒤섞이고 감응하며, 풀밭에서 하늘 끝까지 소용돌이치고 진동한다. 창궐하는 봄기운! 삶을 눈부시게 아름답게 강하게 열정적으로 품고 펼치겠다는, 위고라는 시인(=낭만적 바람둥이)의 배포에 독자의 가슴도 두근두근해진다. 단물이 줄줄 흐르는, 향기로운 과실을 한 입 베어 문 것 같은 시다. 이렇게 순수한 밝음의 세계가 그립다. 나도 낭만을 좀 찾고 싶다. 평론가 김진수의 에세이 『우리는 왜 지금 낭만주의를 이야기하는가』라도 찾아 펼쳐봐야겠다. 낭만주의에 삶의 희열, 어쩌면 핵심이 들어 있으리라.

오, 봄이여! 부드럽고 넓게 떨리며 잎을 여닫는 재스민과 보랏빛 협죽도 향기여. 춘정(春情)으로 흥겨운 바람에 실려 연인에게서 연인에게로 편지들은 날아다닌다, 꽃에서 꽃으로 오가는 나비처럼! 몸도 영혼도 솟구치는 사랑의 열기로 부푼 남녀가 사랑의 대상을 찾아 배회하는 기척으로 싱숭생숭 달뜬 봄날이로다.

연애편지가 나비다. 아름다운 비유다. 연인들이여, 이메일이나 문자를 날리지 말고 편지지에 사랑의 말을 담아 나비같이 날리시라. ‘향기로운 징표들’을 보내시라. 시집 판매가 줄어든 큰 이유로 사람들이 연애편지를 쓰지 않게 돼서 그렇다는 설이 있다. 시집에서 멋진 시를 베껴 연서(戀書)에 옮기곤 하던 시절이 있었다.



문학집배원 황인숙


출전_ 『떨림,』(현대문학북스)

Digital Juice - BackTraxx

애니메이션_ 박지영

프로듀서_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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