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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청춘은 꿈꾸는 자의 것이다」 중에서

  • 작성일 2013-05-16
  • 조회수 2,762



강풀, 「청춘은 꿈꾸는 자의 것이다」 중에서

"간단히 말하자면 5·18 희생자들의 아이들이 커서 학살자를 암살한다는 얘기에요. 폭력에 폭력으로 대항한다는 굉장히 극단적인 작품인데요, 결말에 암살이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로 아주 말이 많았지요. 저는 모든 만화를 시작하기 전에 결말을 다 구상해놓거든요. 결말을 못 지은 게 아니라 원래 결말이 그렇습니다. 암살에 성공하는 것으로 결말을 지으면 카타르시스도 느껴지고 보는 사람도 좋아했겠지요. 하지만 저는『26년』을 통해 암살의 성공과 실패를 얘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사람들은 무슨 작품에 대해 압축해서 말합니다. 그런데 "『26년』이 무슨 만화냐?" 라는 질문에 "암살하는 얘기야." 라는 답을 듣고 싶진 않았습니다.
저는『26년』을 통해서 5·18민주화운동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정권을 비롯한 여타의 것들이 계속 바뀌면서 "이제는 화해의 시대, 용서의 시대다. 용서하자, 화해하자" 라고들 하는데, 지금은 화해를 하고 싶어도 용서해달라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래서 그 아픔은 계속되고 있어요.
사람들이 화해를 이야기할수록 5·18은 계속 잊히는 것 같았어요. 심지어 어린 동생들은 5·18과 8·15를 헷갈려 해요.(청중 웃음) 그건 그들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가 전달자 역할을 제대로 못한 거지요. 그래서 저는 5·18민주화운동이 끝난 게 아니라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러다보니 결말도 열려 있고요. 저는 지금도 그런 결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당시에 전두환씨가 자기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를 보고 시쳇말로 '빡'이 돌았어요. '저 인간이 미쳤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건 5·18 희생자들을 우롱하는 거잖아요. 거기서 『26년』에 대한 구상이 시작됐어요. '암살해버리자!' 이런 거였죠.(일동 웃음) 이런 인간을 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어찌할 수 없을 때, 그래도 나는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니까 문화적으로라도 어떻게 해봐야지, 라는 욕구가 있었던 겁니다."


● 작가_ 강풀 -- 만화가. 1974년 서울 출생. 대표작으로『순정만화』 『아파트』 『그대를 사랑합니다』 『당신의 모든 순간』 『26년』등이 있음. 낭독_ 하지웅 -- 배우. '당신의 눈',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등에 출연.

● 출전_ 『내가 걸은 만큼만 내 인생이다』(한겨레출판사)
● 음악_ crank city-1
● 애니메이션_ 이지오
● 프로듀서_ 김태형



배달하며 

2011년에 있었던 한겨레21 창간 17돌 기념 인터뷰 특강인 『내가 걸은 만큼만 내 인생이다 』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강풀의 『26년』은 작년에 영화가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5월에 흰 꽃만 피더라' 소리를 저에게 한 사람은 안상학 시인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랬습니다. 우리의 5월에는 모두 흰 꽃만 핍니다. 아직 해결 못한 숙제더미를 다락에 쑤셔놓고 안 보이는 척, 안 들리는 척 하는 하는 우리는 꽃나무만도 못한 존재입니다. '화해를 하고 싶어도 용서해달라는 사람이 없잖아요.' 이 말이 가슴에 확 박힙니다. 맞습니다. 그들은 용서를 구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린, 이 5월에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문학집배원 한창훈

한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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