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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곰치, 「지하철을 탄 개미」 중에서

  • 작성일 2013-05-30
  • 조회수 1,806



곰치 : 뱀장어목 곰치과의 바닷물고기로 대담하고 성질이 사납다. 산호초의 바다에서 문어와 서로 빈 구멍을 차지하기 위해서 곧잘 싸운다. 이빨이 날카로워서 잠수부들이 물리는 수도 있다.(출처 : 두산백과사전)


김곰치, 「지하철을 탄 개미」 중에서

나는 장사를 잘 모른다. 장사에 대한 나쁜 선입견 같은 것은 별로 없다. 아니 내가 아는 장사는 예쁘고 귀엽기만 하다. 작년에 영인본 『씨의 소리』를 시간 날 때마다 읽었다. 몇 년 전 헌 책방에서 구입하고 방치해두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손이 갔다. 어느 호에서 장준하의 수기를 읽었다. 잡지 『사상계』를 창간할 때의 이야기. (글을 다시 확인하지는 않겠다. 기억에 의지하기에 아주 정확하지는 않다.) 이런 대목이 있었다. 『사상계』를 창간할 때, 그 때는 한국전쟁 중이었다. 장준하는 부산에서 『사상계』를 시작했다. 창간호를 3천부 찍었다. 1,500부를 부산 시내의 서점에, 나머지를 그 외의 지역에 배포했다. 2주 후, 장준하는 고물 트럭을 타고 시내를 돌기 시작했다. 판매 현황을 살피려는 것이다. 그런데 매진, 거의 매진, 매진, 거의 매진이었다. 그 기쁨과 감격을 장준하는 얼마나 솔직하게 표현하는지! 순수한 그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나이 일흔의 고령에『씨의 소리』를 창간한 함석헌은 어떤가. 몇 호가 나가자마자 정기구독자를 모집한다는 알림을 잡지에 싣는다. 『씨의 소리』는 잡지이기도 하고 출판사이기도 하다. 자사의 단행본도 광고로 싣는다. 그 문구가 촌스럽기 이를 데 없다. 함 선생도 장사를 하기 위해 꽤나 애쓰셨구나, 나는 애정을 느꼈다. 작은 잡지의 작은 몸부림이었기 때문이다.


● 작가_ 김곰치 – 소설가. 1970년 경남 김해 출생. 199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작품활동 시작. 장편소설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빛』, 르포 · 산문집 『발바닥, 내 발바닥』『지하철을 탄 개미』등이 있음.

● 낭독_ 조주현 – 배우. 연극 <감포사는 분이>, <사랑, 지고지순하다> 등에 출연

● 출전_ 『지하철을 탄 개미』(산지니)

● 음악_ tune ranch / orchstral-2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김태형



배달하며 

김곰치는 소설가이자 르뽀작가입니다. 『녹색평론』을 보면 그가 현장에서 두 발로 뛰며 써내려간 글들을 종종 만나볼 수 있습니다. 『사상계』와 『씨의 소리』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잡지죠. 천박과 야만이 판을 치던 시대에 등불 같고 깃발 같은 역할을 했던 책이었으니까요. 정준하 선생과 함석헌 선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분들도 맨 처음 잡지를 만드셨을 때 이렇게 하셨건 겁니다. 전 몰랐습니다. 김곰치 책을 안 봤다면 그분들이 이렇게 고물 트럭 타고 책 배포를 하고 잡지에 촌스러운 정기구독자 모집 광고도 싣고 했던 고군분투의 모습을 모르고 넘어갔을 겁니다. 누구나 시작은 이렇게 맨손, 맨발 일 수밖에 없겠지요. 그 모습을 그려보면 마음이 좀 거시기해 집니다. 우리가 살면서 무심코 누리는 이 자유와 권리는 앞서간 누군가의 지극한 도전과 투쟁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문학집배원 한창훈



한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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