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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어느 노동자」

  • 작성일 2013-07-22
  • 조회수 2,402



고은, 「어느 노동자」



드물고 드문 일이었다

애꾸눈인 그는

벽돌 한 판을 찍어내는데

30분이 걸렸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번인가 다시 찍었다

잠바 입은 사장이 내쫓았다

그는 혼자 벽돌을 찍기 시작하였다

그 벽돌은 잘 팔렸다


드문 일이었다

그는 벽돌 한 장 쌓는데

10분이 걸렸다

쌓은 뒤

몇 번인가 고개를 갸우뚱

다시 쌓았다

십장이 내쫓았다

쫓겨간 그는

집 한 채를 짓고 죽었다

소원성취

오랫동안 탈나지 않는 집이었다


드문 일이었다

드문 일이었다

그는 못을 박았다

박은 뒤

영영 빠져나오지 않도록 또 박았다

장도리가 아주 흥이 났다

누군가를 진실로 사랑할 수 있었다





● 시_ 고은 - 1933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났고, 1958년 《현대문학》에 시가 추천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피안감성』부터 시선집 『어느 바람』, 서사시 『백두산』, 연작시편 『만인보』, 최근에 펴낸 시집『허공』을 포함해 150여 권의 저서가 있음.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중앙문예대상, 단재상, 대한민국예술원상 등과 스웨덴 시카다상, 캐나다 그리핀공로상 등을 수상함.

● 낭송_ 장인호 - 배우. 영화 <고지전>, <하울링> 등에 출연.

● 출전_ 『속삭임』(실천문학사)

● 음악_ 권재욱

● 애니메이션_ 김은미

● 프로듀서_ 김태형





배달하며

그의 손은 거칠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의 손에는 달도 쉬 잡히고 별도 쉬 잡히고 돌도 나무도 쉬 잡혔을 겁니다. 매끄러운 사람의 손 보다는 그런 것들이 더 좋았을 겁니다. 그의 한 쪽 눈은 고단했을 겁니다. 밖을 보지 못한 그 한쪽 눈 말입니다. 그 사물들의 마음을 다 봐야 했을 테니까요. 고단했을망정 그러나 행복했을 겁니다. 사물들과 눈이 맞는 일이니까요.

그는 집을 짓기보다, 생계를 잇기보다 제 마음을 한 채 짓기를 원했을 겁니다. ‘탈 나지 않는’ 마음을 짓고 싶었을 겁니다. 다행입니다. ‘소원성취!’ 내몰림을 당해도 그리 괴로워하진 않았을 겁니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가늠하는 멋진 자세를 지금은 어디서도 쉬 찾을 수 없습니다. 그저 빨리 지어서 팔아 이득을 챙기는 시대이니까요.

드문 일이었다, 드문 일이었다....... 드문 일입니다. 진짜는 드문 일입니다. 알아보는 눈이 없어서도 참으로 드문 일입니다.

문학집배원 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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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 이동인10612

    애꾸눈이어서 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던 그는 일을 할때 절대 대충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하며 완벽하게 일을 마무리 지었다. 몸이 아파서 어렵지만 끝까지 노력하고 일을 마무리 짓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벽을 추구하며 일을 하던 그는 마지막에 소원을 성취했고, 나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을 빠르지만 대충하는 사람은 많지만 완벽하게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시를 읽고 앞으로 대충하는 일 없이 끝까지 노력하며 살아야겠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서 좋았다.

    • 2018-05-29 13:42:40
    이동인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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