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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게 되어라(수정)

  • 작성일 2013-07-26
  • 조회수 312

사랑하게 되어라.

나는 여느 때처럼 마법을 건다.

“아침이야.”

그 소리에, 라기 보단 몸을 내리누르는 무언가의 무게에 눈을 뜨니 예상한 대로, 연령에 비해 몸집이 작은 을이 내 몸 위에 올라와 있었다.

“안녕, 갑. 잘 잤어?”

“이젠 사람 몸 위에 올라앉아서 깨우는 거 그만두면 안 될까.”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매일 보는 것이지만, 또래에 비해 동안인 그녀의 얼굴이 고양이처럼 기분 좋은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면 왠지 나까지 좋은 기분이 된다. 을은 매일 아침마다 방에 함부로 들어온다. 정말 작을 때부터 함께 있었으므로, 새삼스럽게 방에 들어오는 것에 거부감은 없다. 오히려 깨우러 와 주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솔직히 말해 기쁘다. 픽션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소꿉친구 같은 사이. 마치 꿈같이 친밀한 관계.

“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늦어.”

그렇게 을이 재촉하는 소리를 등 뒤로 들으면서 나는 오늘도 이 일상을 행복하게 생각하며 학교에 갈 준비를 한다.

이것도 전부 마법 덕분이다.

이 힘을 얻고 나서 우울했던 내 일상은 장밋빛으로 변했다. 얼마 전까지는 내 쪽에서 일방적이었던 마음이 이제는 서로 통하게 되었던 것이다. 을은 매일 나를 깨워주고, 학교에서 돌아올 때는 맞아준다. 을에게 볼일이 있어서 함께 학교에 갈 수 없는 게 아쉽지만, 아침 일찍 먼저 집을 나서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신에 그 이외의 시간은 최대한 을과 함께 보낸다. 점심은 학교 급식을 먹지만, 아침과 저녁 식사는 함께한다. 몇 달 전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의 부재. 그 외로움을 메우기 위해 함께 있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가끔 위화감이 머리를 스칠 때도 있지만 나는 이걸로 행복했고, 을도 분명 행복할 것이다. 비록 마법의 힘이라고 해도, 행복하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을에 대해 생각하면서 지루한 수업시간을 보낸 후 정문으로 걸어가니, 그녀가 기다리다가 녹초가 된 것처럼 교문에 기대어 서 있었다.

“너무 늦어서 지쳤어, 빨리 돌아가자.”

순진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을은 마치 아이 같았다. 나란히 걷는 우리들에게 다른 학생들의 시선이 몰리지만, 익숙해진 것이라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는다.

을은 즐거운 듯한 어조로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나에게 얘기하고, 나는 거기에 맞장구를 친다. 그런 귀가길.

하지만 그런 와중에, 문득 을은 가끔 진지한 얼굴이 된다. 마치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깨달은 듯한 표정이라, 그럴 때면 나는 뜨끔 한다.

오늘도 그랬다.

을의 얼굴에서 갑자기 빛이 사라진다.

서서히 공포로 채워진다.

나를 보며,

“갑…이지?”

뭔가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표정으로 물어온다. 그럴 때면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대답한다.

“그래, 을이 좋아하는 갑이야.”

그 말을 듣자 안도한 표정을 보이고, 다음 순간에는 평소 때의 을로 돌아와 나를 바라본다.

“아침이야.”

그 소리에, 라기 보단 몸을 내리누르는 무언가의 무게에 눈을 뜨니 예상한 대로, 연령에 비해 몸집이 작은 을이 내 몸 위에 올라와 있었다.

“안녕, 갑. 잘 잤어?”

“이젠 사람 몸 위에 올라앉아서 깨우는 거 그만두면 안 될까.”

전날을 다시 반복하는 것처럼 나는 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녀가 재촉하는 소리를 들으며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아침을 먹은 후, 내가 설거지를 하려고 하는 것을 바라보며 먼저 집을 나서며,

“그럼 갔다 올게. 갑.”

“응, 다녀와.”

그녀를 배웅하고 잠시, 나는 눈앞이 흐려져 가만히 서있었다. 문득 머리 속을 스치는 위화감.

생각하면 안 돼. 나는 지금 만족해.

그렇게 나는 자신을 이해시킨다. 이걸로 행복한 거라고.

갑 이란 이름. 머리 속에 되울린다.

나는 눈을 감았다. 마법이 풀려버리기 전에 다시 걸어야 한다. 일하러 가는 을의 등을 보며,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자신에게 마법을 건다.

자,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 이 생활을 장밋빛인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나는 이 상황을 견딜 수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어딘가 공허한 눈빛을 띠게 된 을을 생각한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부를 때 입에 담았던 이름이 몇 번이나 머리 속을 돌아다닌다. 비록 을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자리를 나로 대신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사랑해야 한다. 비록 그것이 나의 어머니라고 해도.

그래서 마법을 건다. 사랑하게 되어라, 어머니를 사랑하게 되어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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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분량이 3분의 1로 줄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