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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명, 「춤」

  • 작성일 2013-10-14
  • 조회수 2,344




이진명, 「춤」
아이는 지금 춤이다
춤추는 게 아니고 춤이다

아이가 식탁머리에서 밥 먹다가 문득 멈추고
뭣에 겨운지 겨운 웃음을 탱탱히 머금고
제 엄마와 아빠를 번갈아 바라보며 두 눈을 빛내다
이윽고 손짓 몸짓 더불어
쟁반의 구슬 굴러간다는 꼭 그런 목소리로 말문을

너무 신기해
어떻게 이 손이 이렇게 쭈욱 나가 반찬을 집고
어떻게 이 손이 입속에다 이렇게 밥을 넣을 수 있어
내가 그러려고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이 손이 저절로 그러는 거야 글쎄
너무 신기하지 않아, 정말 신기해

아이는 새 나라를 마셨다
신기함이라는 새 나라
밥 뜨고 반찬 집다가 저를 느닷없이 받쳐올려서
식탁머리에 앉은 채로 공중점프했다
숟가락과 젓가락이 부딪는 그 한가운데에서
아이는 불꽃 되어 계속 타올랐다

오직 신기함만이 일하는 시간, 춤
오직 존재의 불꽃만이 활발발 일하는 시간, 춤






● 시·낭송_ 이진명 - 1955년 서울에서 출생. 1990년 《작가세계》에 「저녁을 위하여」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 『단 한 사람』, 『세워진 사람』이 있음.

● 출전_ 『세워진 사람』(창비)
● 음악_ 권재욱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김태형






배달하며

어떤 종교는 크게 의심하라 하고 어떤 종교는 절대 의심하지 말라 한다고 합니다. 나는 되도록 커다랗게 의심하고 의심합니다. 왜 의심하지 말라고 하는지도 의심합니다. 어린 아이와 같이 되지 않고는 천국에 갈 수 없다는 말을 믿습니다. 아이에게는 세상 전체가 신기합니다. 아이의 눈에는 색안경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신비니 질문이 옵니다. 그러나 신비에 대한 답은 질문에 이미 있습니다. 그것의 답은 이해해야 할 어떤 것으로 오지 않고 기쁨으로 옵니다. 질문과 답이 한 몸이니 그것이 '춤'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춤과 몸이 분리되던가요?
어느날 문득 '내가 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이 손이 쭉 뻗어나가서 밥을 입에 가져다가 넣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무엇이 이렇게 하는 것이지? 하는 자문! 생각 이전의 이것! 어마어마한 신비의 덩어리! 나 아닌 무엇인가가 그렇게 한다는 자각. 아이는 그 질문이 와서 답답한 것이 아닙니다. 그대로 기쁨입니다. 그때부터 아이는 있는 그대로 춤입니다. 신명입니다. 어른들은 잃어버렸던 영성이 아이들에게서 뿜어져 나옵니다. 그대로 한 송이 꽃입니다. 다른 나라에 이미 닿았습니다. 밥상머리에서 다른 큰 나라에 닿았단 말이죠. 세상에! 나에게도 미소가 옵니다그려.

문학집배원 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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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 10619최혁재

    내가 춤추는 것을 좋아해 이 시를 읽게 되었는데 내가 알고 있었던 춤이 아니라 조금 뜻 밖이였다.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때에는 이 시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얼마나 세상을 색 안경을 끼고 보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시는 어린아이를 화자로 설정하여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 어린아이는 자신이 밥을 먹기 위해서 몸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신기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것은 어린아이가 순수하다는 증거이고 순수한 마음 덕에 세상을 색안경 없이 본다는 의미라고 해석됩니다. 이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내가 얼마나 이 세상을 편견이 있는 상태로 보아 이 세상의 진짜 내면을 보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이 시를 읽고 나서 우리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어린아이처럼 편견을 깨고 세상의 진짜 내면을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2018-05-29 13:47:51
    10619최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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