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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나, 「의자」

  • 작성일 2013-11-04
  • 조회수 2,560




서안나, 「의자」
너를 살까 생각 중이야

나를 태우고
사막으로 달려가
흰 뼈처럼 명상에 잠기는

소처럼
순한 눈을 끔벅거리는

으르렁거리며
둥그런 엉덩이를
덥석 삼키는

7월에 잃어버린
고양이를 생각하는

가끔 뿌리를 뻗어
내 영혼을 읽는

사람이 아닐까
고민하는
너를 버릴까 생각 중이야




* 시·낭송_ 서안나 - 1965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1990년 《문학과비평》으로 등단했다. 시집 『푸른 수첩을 찢다』 『플롯 속의 그녀들』, 동시집 『엄마는 외계인』, 평론집 『현대시와 속도의 사유』 등이 있다. 현재 서쪽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 출전_ 『립스틱 발달사』(천년의시작)
* 음악_ Digital Juice - Soap Lovers Guitar
* 애니메이션_ 정정화
* 프로듀서_ 김태형




배달하며

마당가에 덩그마니 놓여 있는 의자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가서 앉았다 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문밖에 내놓은, 버려진 의자를 만날 때도 있습니다. 누구의 자리였을까 생각하게 합니다. 의자의 종류도 가지가지. 우리의 계층계급만큼이나 다양합니다. 인생의 절반쯤은 의자에서 지내는지 모릅니다. 과장이라고요? 그럼 인생의 전부를 의자에서 지낸다고 하면 어떤가요? 의자를 바꾸고 싶을 때 있습니다. 인생을 바꾸고 싶을 때입니다.
사람이 버린 의자는 그때부터 빛이 앉기도 하고 나뭇잎이 앉기도 합니다. 고양이도 앉고 저런, 새도 앉았다가 고양이의 먹이가 되기도 합니다.
가끔 내가 앉은 의자가 무너져 모래가 되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그건 상상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영원한 의자에 앉은 자 지금껏 보지 못했으니까요. 내 의자에 바람을 앉히는 연습, 저녁을 앉히는 연습, 아니 아예 의자를 없애는 연습을 게을리 하면 안 되겠지요. 나를 태운 의자는 지금 '사막으로 달려가'는 중입니다.

문학집배원 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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