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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지, 「무지개의 발」

  • 작성일 2013-12-02
  • 조회수 1,994



장이지, 「무지개의 발」

화곡동 언저리에 묻어둔
두 단지쯤의 내 울음에선
오늘도 발 없는 무지개가
피었다 스러졌다.

그것을 나는
아무 연고도 없는
동네에서 외면한 채
지친 외판원 같은 얼굴을 하고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며 떠돌다가

겨우 집에 돌아와서는,
한쪽이 약간 더 축간 낡은 구두를
우두커니 내려다보았다.



시·낭송_ 장이지 - 1976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2000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안국동울음상점』, 『연꽃의 입술』, 『라플란드 우체국』, 연구서로 『한국 초현실주의 시의 계보』, 평론집으로 『환대의 공간』, 번역서로 아즈마 히로키의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 등이 있다. 김구용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출전_ 『라플란드 우체국』(실천문학사)
음악_ 심태한
애니메이션_ 송승리
프로듀서_ 김태형



배달하며

이름 좋은 동네 '화곡동'! 하필 그 이름 좋은 동네에 울음을 묻을 게 뭐람. 게다가 두 단지씩이나. 오, 한이 묻은 울음이었던가? 울음에서부터 무지개가 떠오른다네. 하늘에 뜨는 무지개가 아니니 가슴엔 여전히 슬픔이 찬란하다는 얘기. 그것을 외면하려니 알아보는 이 없는 장소로만, 그것도 골목으로만 떠도는 마음.
발 없는 무지개를 대신 지고 다니려니 얼마나 무거웠겠나. 구두는 다 낡았고 게다가 한쪽이 더 닳았다. 슬프다. 슬픔은, 울음은, 무지개는 제발 발이 생겨서 어디라도 좀 나다니거라. 낮과 밤처럼 인생 반은 슬픔 쪽. 발이 좀 달려서 나다니거라!
세상의 모든 남녀들이거나 기타 등등의 모든 인연들이여. 서로에게 발 없는 무지개는 절대로 남기지 말지어다.

문학집배원 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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