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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 「탁구공」

  • 작성일 2014-01-28
  • 조회수 2,307



내게 무엇을 받을 것인가 바라지 말고, 무엇을 줄 것인가에 대해, 공격과 수비에 대해, 낮과 밤에 대해, 파리와 나비에 대해 생각해 봐,


사각형의 세계는 늘, 받은 만큼 돌려준다, 독재자의 눈빛을 번득인다, 속임수를 쓴다, 모든 지나감을 아까워한다, 쉽게 탄식한다, 공을 주우러 가는 사내들, 화가 난 양이 된다,


주고받음의 문제에 대해, 작은 공에서 일어나는 회전에 대해, 사이좋게 나눠 갖는 서브의 권리에 대해, 종교인처럼 말이 많다,


저 너머의 세계로 당신의 공을 떨어뜨릴 수 있겠는지 생각해 봐, 네트마다 그려진 빨간 해골과 친절한 아침밥에 대해, 협박과 편지에 대해, 망루와 난망에 대해, 녹색의 세계는 반드시




시·낭송_ 서효인 - 1981년 목포 출생. 2006년 《시인세계》로 작품활동 시작. 지은 책으로 시집 『소년 파르티잔의 행동지침』,『백 년 동안의 세계 대전』 산문집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등이 있음.


배달하며


탁구를 칩니다. 공을 때리는 일입니다. 공(空)을 때리는 일이라고요! 그 소리는 경쾌하여 정신을 맑게 합니다. 순발력을 즐깁니다. 나도 모르게 쳐진 공이 상대편 테이블에 떨어질 때의 감격은 각별하기도 합니다. 적당한 속임수와 탄식이 탁구의 매력인지도 모릅니다. 어떨 때는 멋지다가 바로 이어 바보가 되기도 하는 것이 탁구입니다. 그러나 탁구의 기본은 상대방이 잘 받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긴 그래야 탁구가 됩니다. 핑퐁이라잖아요? 무턱대고 골탕 먹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우쭐해 하지요. 기본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본인도 골탕을 먹지요.

점수를 잃고 공을 주우러 가는 사람을 ‘화가 난 양’이 된다고 했군요. 재미 있습니다. 문인탁구대회라도 한 번 해야겠습니다. 작가를 ‘양’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흥미롭겠죠. 글 쓰느라 받은 스트레스를 공(空)을 때려 풀면 좋지요.

문학집배원 장석남


출전_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민음사)

음악_ Digital Juice - BackTraxx

애니메이션_ 제이

프로듀서_ 김태형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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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건

  • 10406김주원

    앞으로 이 시를 떠올리며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 2018-11-05 10:06:08
    10406김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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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406김주원

    운동 중에 탁구를 즐겨하기 때문에 이 시의 제목을 보고 들어왔다. 첫 구절부터 인상적이였는데, '무엇을 받기를 바라지 말고 무엇을 줄 것인가' 이 메시지는 과거의 나 뿐만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말이다. 나 자신이 남에게 베풀지도 않고 남에게 도움을 바라기만 하는건 아닌지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가 됬다. 그리고 화가난 양이라는 표현도 재미있었다. 탁구에서 상대방을 무작정 속임수를 사용해서 골탕 먹이려는 사람들도 있는데, 분하지만 어찌 할 수 없는 상대방을 화가난 양이라고 묘사했다. 또, 탁구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여러가지 예를 들어 이해를 쉽게 해주는 점도 인상 깊었다.

    • 2018-11-05 09:44:39
    10406김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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