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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미, 「칠 일이 지나고 오늘」

  • 작성일 2014-02-18
  • 조회수 2,035

이성미, 「칠 일이 지나고 오늘」





한 사람이 가자 이어달리기하듯 다른 사람이 왔다. 그는 가면서 또 다른 사람에게, 나를 넘겨주었다. 나는 파란 바통이 되어 ...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칠 일이 지나고...


오늘은 일곱 개의 태양이 뜬 날.


오늘은 일곱 나라의 언어로 종알거린다.

나는 오늘의 입을 보고 있다.

오늘은 주름치마를 입고

사장 좌판을 펼치듯 하루를 펼친다.


오늘은 뜨거운 시간, 서늘한 시간, 밝은 시간...

각자 다른 길이와 온도를 가진다.


나는 시계 소리를 듣고 있다.

밤이 가까워질수록 오늘은 점점 느리게 간다.


오늘은 뒤섞이고, 오늘은 돌기가 있고,

마주 보다가 몸이 멍청해진다.


오늘 새벽의 공기는

하얀 스카프처럼 휘감으며 속삭였지.

나를 사랑해도 좋아.



▶ 시_ 이성미 -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1년 《문학과사회》에 시 「나는 쓴다」 외 3편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칠일이 지나고 오늘』이 있다.

▶ 낭송_ 김성영 - 배우. 연극 <겨울동화>, <엘리베이터> 등에 출연함.



배달하며


살아온 모든 시간은 나를 떠나지 않고 내 몸에, 마음에 지층을 이루고 쌓이나 봐요. 한 사람을 겪으면 그 겪은 사람을 포함한 내가 또 다른 사람을 만나죠. 그러니까 사랑을 겪으면 그 사랑이 또 다른 사랑을 부르는 거죠. 독립된 사랑이 없다니 생각해보면 그것도 놀랍네요. 우리는 ‘완전독립자치국가사랑’을 한다고 착각을 하고 사는데......

하늘에 하나의 태양만이 뜬다고 알고 있었는데, 하나의 달님이 두둥실 떠서 서쪽 나라로 간다고 믿고 있었는데 일 주일을 살면 일곱 개의 태양이 떠서 ‘일곱 나라의 말’을 종알거린다니. 참으로 맞는 말이네요. 보름을 살고 나서 열 다섯 개의 달이 떠서 웅얼거리는 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오늘부터 세겠습니다.

시는 이렇다니까요. 이렇게 엉뚱한 형식으로 참으로 맞는, 아름다운 말을 한다니까요. 우리 모두가 새벽 공기의 말귀도 잘 알아듣던 시절이 그립기만 해요. 새벽 공기가 이런 말을 한다니까요. ‘나를 사랑해도 좋아.’ 이렇게!


문학집배원 장석남


▶ 출전_ 『칠 일이 지나고 오늘』(문학과지성사)

▶ 음악_ 권재욱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김태형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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