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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 『겨울일기』중에서

  • 작성일 2014-03-31
  • 조회수 1,789



“나는 이 세상에서 한 명의 여행하는 사람이다. 한 개의 길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인들 그 이상이겠는가.“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폴 오스터, 『겨울일기』중에서




그렇다, 당신은 애주가에 애연가다. 당신은 치아가 빠져 버렸지만 귀찮아서 해넣지도 않고, 식단은 요즘 영양학적으로 좋다는 수칙 따위 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 채소를 거의 먹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지 채소를 싫어하기 때문일 뿐이다. 못 먹을 것도 없지만 좋아하지 않는 건 먹기 힘들다. 아내가 당신을 걱정하고, 특히 당신의 음주와 흡연에 대해 걱정하는 줄은 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엑스레이를 찍어 본 결과 아직까지는 폐에 아무런 이상이 없고 혈액 검사에서도 간에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언젠가 심각한 문제가 생기리라는 것을 뻔히 잘 알면서도 나쁜 습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 갈수록 긴 세월 동안 당신에게 그토록 많은 즐거움을 주었던 사랑하는 담배와 잦은 음주를 포기할 의지나 용기를 가질 마음은 점점 더 줄어드는 것 같다. 이렇게 다 늙어서 이런 것들을 당신의 삶에서 도려내려 한다면 몸이 허물어져 버리고 몸의 기능이 멈추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씩 한다. 당신은 분명 결함이 있고 상처가 있는 사람이다. 애초부터 상처를 지니고 살아온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왜 당신이 성인이 된 후의 삶을 피 쏟듯 써 내려가는 데 바쳤겠는가?). 술과 담배는 당신의 절룩거리는 자아를 일으켜 세워 세상을 뚫고 나아가게 하는 목발 구실을 해주었다. 당신의 아내가 말했듯 음주와 흡연은 <자가 치료>다. 당신의 할머니와는 달리 아내는 당신이 달라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당신의 아내는 당신의 약점을 받아들이고 불평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아내가 걱정한다면 그것은 단지 당신이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럴 뿐이다. 당신은 그토록 긴 세월동안 아내를 곁에 가까이 둔 이유를 헤아려 본다. 물론 이런 이유도 그중 하나다. 인내하는 사랑의 광대무변한 별자리 중에서 빛나는 별들 중 하나.



▶ 작가_ 폴 오스터 -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1947년 뉴저지 출생. 1974년 시집 『폭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지은 책으로 『공중 곡예사』『달의 궁전』『뉴욕 3부작』등이 있으며 영화『스모크』등의 시나리오도 썼다.


▶ 남명렬 - 배우. 연극 <소년B가 사는 집>,<알리바이 연대기>,<햄릿>등에 출연



배달하며

작가가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두고 쓴 2인칭 소설입니다. 그래서 술 담배 많이 하는 작가의 변명으로 보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술, 특히 담배를 공공의 적으로 보는 요즘 풍토에 대해서 변명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저는 담배를 피우면서 위안을 얻는 편입니다 (오해하지마세요. 담배의 해악을 알고 있고 금연 공간도 잘 지킵니다). 그 행위를 통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도 통제합니다. 제가 되레 걱정하는 것은 히포콘드리아(비정상적으로 건강을 염려하는 증후군) 환자들이 넘쳐나는 것과 그 건강한 몸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숙고가 없다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금연을 외치는 저 수많은 의사와 행정, 정치가들은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해서는 왜 한마디도 안하는지 모르겠어요.

문학집배원 한창훈


▶ 출전_ 『겨울일기』(열린책들)

▶ 음악_ THE MIX SIGNATURE COLLECTION / EZ LISTENING MIX4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양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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