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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노 디아스,『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중에서

  • 작성일 2014-05-09
  • 조회수 1,597



“아무 것도 시도할 용기를 갖지 못한다면 인생은 대체 무엇이겠는가?”

- 빈센트 반고흐(화가) -



주노 디아스,『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중에서





날라리 계집애. 변화한 내 모습이었다. 펑크밴드 수지 앤 더 밴시스를 좋아하는 불량한 계집애. 우리 동네 푸에르토리코 애들은 내 머릴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며 블라큘라라고 불렀고, 모레노 녀석들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저 나를 '악마 계집애'라고 불렀다. (중략) 네가 정말 끝장을 볼테냐? 엄마가 소리를 질렀다. (중략) 말하자면 엄마는 '부재자 부모'였다. 일하러 가지 않으면 늘 잠을 잤고, 곁에 있을 때면 소리 지르고 때리는 게 일이었다. 나와 오스카는 어려서부터 어둠이나 '쿠코'보다 엄마를 더 무서워했다. 엄마는 누가 있거나 말거나 아무 데서나 우릴 때렸고, 슬리퍼나 허리띠를 쓰는 것도 예사였다. 그러나 이제는 암 때문에 더이상 우릴 때릴 수 없었다. 가장 최근에 내 머리 때문에 나를 심하게 때리려고 했는데, 나는 움츠리거나 달아나는 대신 엄마의 손을 주먹으로 막았다. 그건 반사작용에 가까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패스마크에서 어떤 여자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빨로 나를 공격하기를 그저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는 우스꽝스러운 가발을 쓰고 목욕 가운을 입은 채, 브라 안에 거대한 스티로폼 두 개를 넣은 채, 가발이 바직바직 타는 듯한 냄새가 진동하는 동안 부들부들 떨며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나는 거의 안쓰러운 마음이 들 뻔했다. 지금 이게 에미를 대하는 태도냐? 그녀는 소리를 질렀다. 할 수만 있었다면 내가 살아온 모든 세월을 깨고 그녀의 얼굴을 갈기고 싶었지만, 나는 소리 지르며 대꾸하는 걸로 대신했다. 그럼 이게 딸을 대하는 태도야?




▶ 작가_ 주노 디아스 - 미국의 소설가. 메사추세츠 공과대 교수. 1968년 도미니카 출생. 지은 책으로 소설집『드라운』장편소설『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등이 있음. 1999년 <뉴요커> 선정 ‘21세기를 빛낼 최고의 작가 20인’. 미국비평가협회상, 퓰리처상 등 수상


▶ 낭독_ 전현아 - 배우. 연극 <쉬반의 신발>,<베니스의 상인>,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 등에 출연.
유예원 - 배우. 영화 <인간중독>, 드라마 <환상거탑> <TEN 2> 등에 출연.



배달하며

우리나라에도 이런 작가 한 명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입니다. 번역가의 노고와 능력(우리는 무심코 읽지만) 또한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부조리에 대한 조롱과 위트. 독재자의 나라에서 물려받은 DNA가 어떻게 창작에 작용 하는지 깊게 생각하게도 만들었습니다. 폭력과 억압 속에서 피어나는 유머와 상징은 관능적이면서 정치적입니다. 위 인용문은 주인공 오스카의 누나, 롤라의 내레이션입니다. 국가의 폭력을 이야기 하려면 먼저 그것이 야기해 놓은, 망가져버린 가족에 대해 말하는 게 순서겠죠. 어쨌든 작가는 이 책을 11년 동안 썼답니다. 저도 장편 하나를 11년 동안 쓰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문학집배원 한창훈


▶ 출전_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문학동네)

▶ 음악_ crank city2 중에서

▶ 애니메이션_ 민경

▶ 프로듀서_ 양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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