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승

 

현재원(문학박사)




「동승」은 함세덕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1939년 3월 동아일보사가 주최한 연극경연대회에 유치진 연출로 참가하였으며, 작가가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함세덕의 작품 가운데서 낭만적인 성향이 강한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이 빚어내는 갈등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의 주제를 어느 하나로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어린 사미승의 모성에 대한 그리움, 모성이라는 혈연을 넘어서 애정을 주고받을 상대에 대한 그리움, 자유와 애정이라는 인간적인 욕망의 수용, 기성세대의 논리에 대한 신세대의 거부와 자기만의 길 떠나기, 자연스럽게 채우고 비워 가는 삶이라는 진정한 해탈의 모습 등 많은 것을 표현했다. 이런 이유로 이 작품은 연극으로서뿐 아니라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되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동리에서 멀리 떨어진 심산 고찰’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14세의 사미승인 도념(道念)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있다. 도념은 엄격한 주지스님 밑에서 어머니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달래며 생활하고 있다. 아버지는 사냥꾼이고, 어머니는 비구니로 있다 파계하여 도념을 낳은 뒤 대처로 도망했다. 주지스님은 이런 점을 도념의 전생의 죄로 인한 업보임을 강조하며 도념에게 불도에 정진해야 그 죄를 씻을 수 있다고 가혹하게 대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도념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몹시 괴로워한다.




이러한 그의 심정은 재를 올리기 위해 절을 찾아온 젊은 미망인을 통해 구체화되어 제시된다. 남편과 사별한 뒤 어린 아들까지 잃은 젊은 미망인은 도념을 보고 친아들 같은 정을 느끼게 되며, 도념 역시도 미망인에게서 어머니의 모습과 절실한 사랑을 느낀다. 둘은 양부모 관계를 맺고 서울로 가서 함께 살기로 약속한다. 주지스님의 강한 반발을 이겨내고 도념의 목적이 이루어지려는 순간, 초부 아들의 고자질로 도념이 계율을 어긴 것이 드러나고 법당에 숨겨놓은 토끼가죽이 발견되면서 도념의 뜻은 좌절될 위기에 처한다. 도념은 어머니가 찾아오면 털목도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살생을 했다고 실토하고, 미망인은 어린 아이를 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랑 속에 키우는 길밖에 없다며 간청하지만, 주지스님은 도념의 하산을 끝내 허락하지 않는다. 눈이 내리는 날, 도념은 혼자 어머니를 찾기 위해 산을 내려가며 작품은 끝난다.




「동승」의 주인공 도념은 속세를 향하고자 하는 마음이 대단히 강한 인물이다. 그가 속세를 향하고자 하는 이유는 어머니를 찾겠다는 데서 비롯된다. 주지스님은 도념을 절에서 떠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에 도념과 갈등을 일으킨다. 도념 자신과 부모의 업보를 씻어내야 한다는 이유에서이다. 두 등장인물이 빚어내는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불교적인 측면에 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념의 행위를 중심으로 놓고 보았을 때 인간적 본성인 모성에 대한 그리움,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곳에서 벗어나고픈 자유의 열망, 성숙의 과정으로서 자신의 길 찾기, 심지어는 세대의 갈등으로까지도 이해될 수 있다. 이런 해석의 다양성이 「동승」이 갖는 커다란 매력일 것이다.




한편 이 작품은 함세덕 극작술의 장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젊은 미망인을 주지스님과 도념의 사이에 위치시키고, 그들의 관계에 따라 위기와 반전을 겪게 하는 점은 관객을 효과적으로 극적 세계로 인도한다. 미망인이 도념과 죽은 자신의 아들을 동일시하며 주지의 승낙을 얻어내는 장면은 일시적으로 주지를 패배 상황으로 몰아갈 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일말의 안정감을 자아내는 극적 효과를 불러낸다. 또 토끼가죽이 법당에서 발견된 뒤 도념과 함께할 수 없음이 사실화되자 “난 얘 없이는 살 수가 없어요”하며 같이 가기를 간청하는 대사에서는 강한 모성애를 자극하면서도 동시에 극적 결말에 대한 기대감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작품은 사건의 전개가 긴밀한 짜임새를 갖추고, 등장인물 각자의 의지와 심리를 섬세하고도 진실하게 그려내고 있다. 각 등장인물들이 구사하는 함축적이고도 성격화된 대사는 이 작품의 맛을 한층 더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기에 이 작품을 함세덕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는 다고 할 수 있다.《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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