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속에서

신두원(문학박사)


 


김향숙의 두 번째 소설집 『수레바퀴 속에서』의 표제작. 중편소설이며, 한 기업에서 운영하는 병원의 검사실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변화의 바람 속에 놓인 몇몇 인물들의 심리와 지향을 그리고 있다. 몇 개의 정황 속에 처한 인물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어 김향숙 작품의 중요한 경향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특별한 주인공은 없고 3개의 장면에서 서너 명의 인물이 보여주는 심리적 지향을 묘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작품 내에서 중요한 이슈는 새로운 검사기기를 들여놓는 문제인데, 어느 회사 제품을 선택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몇 사람의 의견이 충돌하며, 거기에다가 기존의 검사실을 운영해온 일반 직원들과 최근 검사실에 참여하기 시작한 의사들이 대립하고 있고, 마침 노동운동의 영향을 받아 직장 내 노사 대립도 겹쳐져 있다. 그 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 간의 알력 관계도 드러나고, 나아가 병원을 경영하는 모기업에서 의대를 신설하려고 하면서 그 운영의 주도권을 젊은 의사들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의도를 드러내 의사 내의 세대별 갈등도 예상된다.


 


또한 갈등을 형성하지는 않으나, 새 기기를 판매하려는 세일즈맨도 한 자리를 차지하여 이들의 복마전에 얽혀 들어 있다. 한 병원 내의 기기 판매를 둘러싸고서도 이처럼 복마전이 전개되는 모습(‘수레바퀴 속에서’라는 제목도 바로 그 복마전을 적절하게 상징해 준다)을 통해 아마 작가는 우리 사회의 한 축도를 그려보고자 하였을 것이다. 이를 작가는 의사 백현욱이 자신의 연구실에서 일반 직원인 홍진기 주임과 기기 세일즈맨인 정상무 등을 면담하는 장면, 정상무가 한 젊은 여의사를 만난 뒤 일반 직원 중 고참 격인 박실장 및 홍진기 주임과 낮술을 하는 장면, 그리고 기기 판매가 결정된 뒤 정상무가 이들 병원의 의사와 직원들 몇 명에게 술대접을 하는 장면 단 세 장면으로(물론 다양한 회상 장면을 포함하고 있긴 하지만) 탁월하게 담아낸다.


 


특히 마지막 술자리는 기기 구입 건이 마무리된 뒤이기는 하지만, 작중의 중요 인물들이 모두 참가하여 각자의 지향간의 충돌을 아낌없이 드러내 보여주는, 보기 드문 ‘극적’ 장면을 연출해내고 있다.


 


젊은 의사인 백욱현과 중견 의사인 윤기호, 일반 직원 중 고참인 박실장과 중고참인 홍주임, 그리고 기기 세일즈맨인 정상무가 그 중 중심인물이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 딱히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지목하기는 어렵다. 물론 작가는 백욱현에게 좀더 많은 비중을 할애하며, 그에게 비교적 사적인 이해관계에 매이지 않는 중립적인 견해를 표출시키기도 한다. 사실 이들이 복마전처럼 얽히는 것은 기기 도입이나 의대 신설과 관련된 모기업 쪽의 방침 등이 다들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개인들의 지향을 개개인이 지닌 이념적이거나 윤리적인 지향으로 돌리지 않고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연관하여 설정하는 것은 김향숙의 리얼리스트로서의 면모를 확인시켜 주는 점인데, 이는 가장 중심인물이라 할 수 있는 백욱현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백욱현은 그래도 일반 직원들의 민주적인 요구에 대해 윤기호와 달리 개방적인 의견을 갖고 있고, 또 원칙만이 아니라 현실의 불가피한 상황도 수용할 줄 알며, 그래서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끝까지 원칙주의적이지 못한 윤기호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에 있는 그는 논문이 동료들에 비해 뒤늦어진 데 대해 조바심을 가지고 있고, 또 병원 내에서도 연구와 학업에 몰두할 수 있기를 바라는 개인적 지향도 드러내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의대를 신설하면서 의사들의 자율성을 주장할 것이 분명한 원로들을 배제하고 새롭게 병원 구도를 재편하고자 하는 모기업의 지향과도 영합하며, 나아가 자신의 개인적 이권과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홍주임과 자신을 이용하여 학술모임을 만들려는 박실장과도 손을 잡는다. 그래서 윤기호는 드러내놓고 백욱현에게 ‘정치적 성향이 강하다’라거나 ‘과장님의 수제자답다’는 핀잔을 듣는데, 그렇다고 해서 윤기호에게는 하자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 역시 ‘원칙’을 내세우지만 결국은 자기 계층 자기 세대의 권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자에 다름아니며, 그래서 대단히 편협하기도 하다. 한편 박실장은 전형적인 권력지향형의 인물로서 의사들에 비해 하위직에 있으면서도 능수능란하게 의사들간의 알력을 조정하여 자신의 이권을 챙기며, 그에 반해 홍주임은 일반 직원들의 요구를 대변하여 자신들의 권한 강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박실장 등의 노회한 술책에 말려 좌절되고 만다.


 


이들의 복마전 같은 ‘수레바퀴’는 어쨌든 기기 세일즈에 성공한 정상무가 접대하는 룸싸롱 술자리로 파국 없이 귀결되지만, 결국 그들 모두에 희생당하는 존재가 없을 수 없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나온 룸싸롱 접대부 미스 리가 그들이 권한 술을 어쩔 수 없이 들이켜다 화장실에서 쓰러지게 만든 것은 작품의 내적 구조와는 거리가 있는 다소 동떨어진 장치이지만, 그녀를 비롯해 아무 ‘이권’도 챙기지 못한 홍주임 등이 이들의 희생양이 아닐 수 없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한 병원에서의 기기 구입이라는 자그마한 계기를 통해 벌어지는 인간들의 알력 관계를 통해 결국 우리 사회 전체의 축도를 넌지시 암시하고 있는 셈이다.《문장》

-진형준, 「오늘의 한국문학 서평-『수레바퀴 속에서』」, 《문학과 사회》, 1989. 여름.
-김영혜, 「여성문제의 소설적 형상화―『고삐』, 『절반의 실패』, 『수레바퀴 속에서』를 중심으로」, 《창작과 비평》, 1989. 여름.
-김양선, 「여성 작가들의 장편소설에 나타난 새 경향」, 《창작과 비평》1992. 여름.
-김병익, 「중산층적 삶의 반성과 자기 실현의 페미니즘」, 『그림자 도시』, 문학과지성사, 1992.
-신승엽, 「시적 민중성의 높이와 산문적 현실분석의 깊이―현기영과 김향숙」, 《창작과 비평》1994. 겨울.김향숙의 두 번째 소설집 『수레바퀴 속에서』의 표제작. 중편소설이며, 한 기업에서 운영하는 병원의 검사실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변화의 바람 속에 놓인 몇몇 인물들의 심리와 지향을 그리고 있다. 몇 개의 정황 속에 처한 인물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어 김향숙 작품의 중요한 경향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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