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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 「닭, 극채색 볏」

  • 작성일 2014-06-24
  • 조회수 1,486


송재학, 「닭, 극채색 볏」




볏을 육체로 보지 마라
좁아터진 뇌수에 담지 못할 정신이 극채색과 맞물려
톱니바퀴 모양으로 바깥에 맺힌 것
계관이란 떨림에 매달린 종(鍾)이다
나가고 싶지 않은 감옥이다
극지에서 억지로 끄집어내는 낙타의 혹처럼, 숨표처럼
볏이 더 붉어지면 이윽고 가뭄이다





▶ 시 _ 송재학(1955~ ).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다.1986년 계간 《세계의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얼음시집』, 『푸른빛과 싸우다』, 『내간체를 얻다』 등이 있다.


▶ 낭송_ 이준혁 - 배우. 극단 '두목' 소속.




배달하며

새벽의 여명 속에서 우는 수탉의 울음소리는 웅장하고 생기로 넘칩니다. 새들은 사람의 후두(喉頭)외 비슷한 울대라는 음성기관을 이용해 노래를 한다죠. 울대에 공기를 불어넣으면 그 벽이 관악기처럼 떨리면서 소리가 난답니다. 새의 뇌에는 노래를 만들어내는 영역이 따로 있답니다. 그 노래들은 즉흥적인 것이 아니고 '결정화crthstallized'된 것이랍니다. 언젠가 시골에 살면, 닭 몇 마리를 키우며 새벽마다 수탉의 울음소리를 듣고 싶었죠. 이 시는 첫줄부터 압도적입니다. 볏을 육체로 보지 마라! 정신이 번쩍 납니다. 수탉의 머리 위에 맨드라미꽃처럼 멋들어지게 늘어져 있는 볏을 "뇌수에 담지 못할 정신"이라고 합니다. 닭은 날개를 가졌으나 날지 못하는 비운의 조류입니다만, 그 볏의 위용은 뇌수에 미처 담지 못한 그 "정신이 극채색과 맞물려" 드러난 것으로 늠름하고 아름답죠. 초야 이곳저곳에 무명의 존재로 묻혀 사는 이들에게 뜻밖의 위안을 주는 시죠.


문학집배원 장석주


▶ 출전_ 『날짜들』(서정시학)

▶ 음악_ 이영배

▶ 애니메이션_ 제이

▶ 프로듀서_ 김태형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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