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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힌턴 미스트리, 『가족 문제』중에서

  • 작성일 2014-07-14
  • 조회수 1,207



“나는 사랑에 관해서는 젊은 사람들로부터 배울 것이 별로 없다.”

- 메이 샤튼 『혼자 산다는 것』중에서 -



로힌턴 미스트리, 『가족 문제』중에서






나리만은 6시가 다가오자 생일 저녁 식사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록산나 가족을 보고 싶어서 그는 오늘 저녁을 학수고대했다. 옷을 입으면서 그는 딸이 태어나던 황홀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날 멈췄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잘과 쿠미의 선물인 새 셔츠가 화장대에 놓여 있었다. 셀로판 포장지를 뜯고 셔츠를 꺼낸 그는 풀을 먹인 천을 만지작거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분명히 저녁 내내 온몸이 쑤실 것이다. 생일날이면 견뎌야 하는 일이었다. 서랍 안에는 부드럽고 편한 좋은 셔츠들이 있었다. 아마도 그들은 주인보다 오래 살 것이다.
나리만이 뻣뻣해진 새 단추들을 더듬거리는 동안 빗소리에 섞여 건물 어디선가 시끄러운 망치 소리가 들려왔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곳에다 핀을 꽂고 옷깃 아래에 뻣뻣한 마분지를 끼워 넣어서 튼튼한 비닐로 셔츠를 포장하는 걸 보면 그들은 노약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록산나와 그 애의 남편, 두 손자를 생각하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작은 아기였던 그 애가 다 자라서 자신의 아이들을 갖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다른 아버지들도 그렇게 신기해할까?
록산나가 좀 더 오래 아기로 남아 있을 순 없었을까? 그랬더라면 결혼 생활에서 정말로 행복했던 그 시기가 좀 더 오래 지속됐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불가능한 일을 할 수만 있다면 불행을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일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 행복한 가족의 시간은 짧았다. 너무 짧았다.




▶ 작가_ 로힌턴 미스트리- 소설가. 1952년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나 캐나다로 이주. 1983년 첫 단편 「어느 일요일」로 ‘캐나다 하트 하우스 문학 콘테스트’에서 일등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 시작. 장편소설 『그토록 먼 여행』『적절한 균형』이 있다.『가족 문제』는 미스트리의 장편 삼부작 중 세 번째 작품임.


▶ 낭독_ 임형택 - 배우. 연극 『염쟁이 유씨』 『만선』 『농담』 등에 출연. 극단 작은신화 단원



배달하며

책 제목이 단도직입적으로 『가족 문제』입니다. 게다가 분량도 육 백 페이지도 넘습니다. ‘선뜻 이 책을 읽어봐야지.’ 라는 생각이 안 드시죠?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 두꺼운 소설은 한 페이지 넘기면 단숨에 읽게 돼버립니다. 어느 집이나 갖고 있을 법한 진짜 ‘가족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일까요.
이상합니다만, 가족 문제라는 것은 하나를 해결하고 나면 곧바로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곤 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속에서 성장하고 늙고 그러는지도 모르겠군요. 아무려나 남편 눈치를 보며 아픈 아버지를 떠맡고 있는 딸이 어느 날 화를 내는 남편에게 하는 말이 잊히지 않습니다.
“당신도 늙으면 알게 될 거예요.”



문학집배원 조경란


▶ 출전_『가족 문제』(아시아)

▶ 음악_ The Film Edge / Thema Concepts 중에서

▶ 애니메이션_ 박지영

▶ 프로듀서_ 양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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