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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디트 헤르만, 「아쿠아 알타」

  • 작성일 2014-08-14
  • 조회수 1,110



“그아름다운 책이다. 마치 눈이 온 뒤의 쓸쓸한 오후처럼.”

- 『단지 유령일 뿐』, <차이트> 서평 중에서 -



유디트 헤르만, 「아쿠아 알타」






부모님이 늙으면 나는 그들과 여행하리라 늘 생각한다. 혹은 내가 늙어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리라는 것도 아울러 생각한다. 나는 부모님이 이미 늙었다는 걸 잊어버린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걸 부정해 버린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고, 시간 감각을 잃어버린다. 부모님과의 만남에는 그것이 어떤 만남이든 간에 약간의 불안함이 스며 있다.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발코니에 앉아 진부하고 무의미한 얘기를 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게 없는 걸까? 나를 더 행복하게 해 줄 사람들이 없는 걸까? 단지 부모님을 위해 여기 앉아 있는 건가? 그리고 매번 헤어질 때는 후회와 슬픔이 몰려온다. 사실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있는 것은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이상하면서도 푸근한지. 또 나는 어쨌든 세상살이에 대해 알 건 다 아니까 부모님에게 전적으로 돌아갈 필요도 없지 않은가?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불안해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으며, 슬퍼하지 않고, 금방 자리를 뜨지 않고, 부모님을 기만하려고 애쓰지 않는 것인데, 그런 경우는 드물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그들의 다 자란 아기. 왜 우리가 그때, 거기 마르코 광장에 나란히 앉아 있을 수 있었는지 나는 말할 수 없다.




▶ 작가_ 유디트 헤르만...... 독일의 소설가. 1970년 서베를린에서 태어남.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함. 1998년에 발표한 첫 소설집 『여름 별장, 그 후』로 ‘독일 문학계의 신동’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17개국 언어로 번역됨. 소설집『단지 유령일 뿐』『알리스』가 있음.


▶ 낭독_ 김주완 - 배우. 연극 『그을린 사랑』, 『오장군의 발톱』, 『너무 놀라지 마라』 등에 출연.
서진 - 배우. 연극 『서울,댄스홀을 허하라!』, 『러브스토리』 『안티고네』, 『모든 이에게 모든 것』 등에 출연.



배달하며

이 소설의 주인공은 혼자 여행을 하던 중, 나이가 들고서 다시 여행을 시작하신 부모님을 베니스에서 만납니다. 자식의 입장에서 보면 부모와의 만남에는 어떤 식이든 ‘약간의 불안함’이 스며있기가 쉽지요. 베니스에서 그들은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서로의 아슬아슬함을 숨긴 채.
책의 첫 페이지에는 비치 보이스의 이런 가사가 실려 있습니다. “우리가 속하는 그런 세상에 우리가 살아갈 수 있다면 참으로 멋지지 않을까?” 이 작가가 자신의 소설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하는 짐작이 듭니다. 제가 아는 한 가장 침착하고 우아한 소설을 쓰는 현대 젊은 작가가 바로 유디트 헤르만입니다.



문학집배원 조경란


▶ 출전_『단지 유령일 뿐』(민음사)

▶ 음악_ backtraxx - corporateindustrial1

▶ 애니메이션_ 이지오

▶ 프로듀서_ 양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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