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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 「혼자 밥 먹다」

  • 작성일 2015-02-11
  • 조회수 2,072


이명수, 「혼자 밥 먹다」





가을 한철 ‘자발적 유배’ 살이를 했다
추사는 내가 기거하는 고산과 이웃한 대정 귤중옥(橘中屋)에서 9년 간 ‘위리안치(圍籬安置)’ 유배살이를 했다
가시방석에 앉아 혼자 밥을 먹으며 추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키이스 페라지의 「혼자 밥 먹지 마라」를 읽으며 혼자 밥을 먹는다
앞집, 옆집, 뒷집에 혼자 사는 할머니들도 혼자 밥을 먹는다
“서쪽에서 빛살이 들어오는 주방, 혼자 밥을 먹는 적막”*에서 시간과 겨루어 슬프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추사는 가시밥을 먹고 한기 서린 책을 읽으며 세한도(歲寒圖)를 그렸다 그에게 혼자 밥 먹는 일은 온축(蘊蓄)의 의식이었으리라
추사 곁에서 배운 ‘온축’의 힘으로 시를 쓴다
자발적 유배지에서 쓴 시가 사막에 버려진 무상 경전이 되어도 좋으리


* 박경리의 시 「못 떠나는 배」의 한 구절



▶ 시 이명수 - 이명수(1945~ )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1975년 월간 『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공한지』 『울기 좋은 곳을 안다』 등이 있다.


▶ 낭송 이준혁 - 배우. 연극 「날자날자 한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달무리」 등에 출연.



배달하며

추사는 제주도에서 유배살이를 했지요. 그 유배살이가 얼마나 고달픈가는 다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추사는 가시밥을 먹고 한기 서린 책을 읽으며 ‘세한도’를 그렸어요. 그 추사의 시린 삶을 떠올리며 ‘나’ 역시 제주도에서 ‘자발적 유배’를 살고, ‘위리안치’ 형벌을 고스란히 받아요. 앞집, 옆집, 뒷집 할머니들도 혼자 살고 혼자 밥을 먹지요. 시인은 혼자 밥 먹는 것을 ‘온축의 의식’이라고 하네요. 고독을 견디면 그만큼 내공이 커진다는 말이겠지요. 과연 자발적 유배지에서 혼자 밥 먹으며 적막과 겨루며 쓴 ‘나’의 시도 ‘무상 경전’이 될 수 있을까요?

문학집배원 장석주



▶ 출전_『바람코지에 두고 간다』(문학세계사)

▶ 음악_ Narciss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김태형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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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 10402구동현

    요즘은 혼자 밥먹기 즉 혼밥이 일상이 된 세상이 되었는데 이 시는 혼자 밥먹는 것을 가시 밥을 먹는 것이라고 표현하였다. 나도 요즘 학원 시간 때문에 혼자서 혼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니 이 시에서 표현한 것과 같은 "자발적 유배"와 같은 일이 었다. 지금 이시는 우리 사회의 나의 경험과 같은 것들을 매우 잘 부각시키고 있다. 철저한 개인주의로 바뀐 우리 사회에서 일부로 유배와 같은 짓을 하지 말고 서로서로 유대 관계를 형성하여 더불어가는 우리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고독을 견디며 사는 것 보다는 개인주의에서 탈피한 삶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 2018-05-28 09:40:18
    10402구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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